28건 등재·162개국·13만명 방문…‘한국 최초’ 세계유산위 폐막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29일 성료
162개국 3140명 역대 최대 규모
28건 등재 승인…총 1273건으로
‘한국의 갯벌’ 2단계 연속유산 등재
日사도광산, 전체 역사 포괄 결정문
13만 명 다녀간 대한민국관 대인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장 [국가유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한국에서 처음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 선언’ 채택과 역대 최대 규모 참가 기록을 남기며 11일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와 무력분쟁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해 ‘협력’을 세계유산의 새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한국 유산의 가치와 K-헤리티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전환점이 됐다.

신규 등재 25건 승인…‘한국 갯벌’ 확대


세계유산 등재에 환호하는 우즈베키스탄 대표단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가 공동 개최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0일부터 본회의를 열어 29일 최종 결정문을 채택하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위원회는 총 33건의 유산을 심사해 신규 등재 25건(문화유산 19건, 자연유산 5건, 복합유산 1건), ‘한국의 갯벌 2단계’를 포함한 확대 등재 2건, 기준변경 등재 1건 등 총 28건의 등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73개국 1273건(문화유산 991건, 자연유산 240건, 복합유산 42건)으로 늘었다. 자문기구로부터 당초 ‘보류’나 ‘반려’ 권고를 받았던 4건의 유산도 당사국의 노력과 위원국 논의 이후 최종 등재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악 지대 담수 서식지 ‘와디 우라야’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서 반려 권고를 받았으나 한 시간 넘는 논의 끝에 등재됐다.

무안 함해만 갯벌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제공]


이번 위원회에서 한국은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의 성과를 거뒀다.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이 추가되면서 ‘한국의 갯벌’의 면적은 약 22% 더 늘어났고, 2021년 등재된 기존 갯벌과 묶는 형식으로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서산 갯벌 등 총 6개 구성 요소의 연속유산으로 확대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총 9건의 유산이 새롭게 등재됐다.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를 비롯해 중국의 ‘징더전 수공예 도자 산업 유적’, 몽골의 ‘흉노 지배층 무덤군’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우리 정부는 유산의 주요한 가치인 한반도와의 교류 사실이 유산 현장에 더욱 충실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올림포스산 광역지역’은 이번 회의의 유일한 복합유산으로 등재됐고, 프랑스 북서부 5개 해변을 묶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해변들’,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의 건축 유산인 ‘알토 작품군’도 세계유산에 올랐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성 경관’, 상투메프린시페의 ‘로사스’, 코모로의 ‘고대 술탄국의 메디나’가 해당 국가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보존상태 점검…사도광산 재보고 요구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현장 [연합뉴스 제공]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안건도 비중 있게 다뤘다. 위원회는 148건의 세계유산 보존 상태를 점검해 수리남의 ‘파라마리보 역사 도심’, 우크라이나의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 고대 도시와 코라’, 레바논의 ‘티레’ 등 3건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긴급 등재 절차로 등재된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성 경관’ 등 3건도 동시에 이 목록에 포함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총 58건으로 늘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지구’는 인근 초고층 호텔 건설 계획을 둘러싼 경관 훼손 우려로 2017년 위험 유산 목록에 올랐다가, 격론 끝에 이번에 해제됐다.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김지희 주 유네스코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일본이 사도광산을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에서 과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이 202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도광산과 관련해서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해석·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이 수정 없이 채택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동의 역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후속 조치 이행 상황 보고서를 2027년 12월 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2028년 열리는 제50차 회의에서 일본의 이행 사항 전반을 재검토한다. 한국 측은 지난 28일 보존 의제 발언에서 사도광산 관련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일본 측에 촉구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 개회 세션 [국가유산청 제공]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20일 본회의 첫날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컨센서스(총의)로 채택됐다. 선언문은 무력분쟁, 기후변화, 개발상의 압력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복합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담았다. 특히 기존 신뢰성·보존·역량 강화·소통·공동체 등 5가지 전략목표(5Cs)에 ‘협력(Collaboration)’을 새로 추가해 ‘6Cs’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세계유산 분야 최초로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했다. 국가유산청은 부산 선언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가칭)부산 세계유산 포럼’ 개최 등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관 13만 명 몰려…인기 만점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회의에는 주요 국외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유네스코 사무총장 칼레드 알-아나니 등 1000여 명이 지난 19일 개회식에 참석했다. 코모로의 아잘리 아수마니 대통령은 등재를 축하하기 위해 회의에 직접 참석했는데, 국가 원수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람객 발길 이어지는 대한민국관 [국가유산청 제공]


회의 기간 함께 열린 전시공간 역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부산 벡스코에 축구장 2배 규모로 조성된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에는 35개 기관이 참여해 45개 체험 부스를 운영했으며, 10일간 13만7422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현장 팝업스토어는 약 2억8275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3일간 한정 판매된 기념주화 382장이 모두 판매됐다.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산화비’ [국가유산청 제공]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산화비’, ‘굿보러가자’ 등 특별공연 3회는 전석 매진됐다. 세계유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부산유산 필드트립’ 등 관광 프로그램 31건과 백범 김구의 문화강국 비전, 초국경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전 등을 다룬 부대행사 61건도 많은 호응을 얻으며 진행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폐회식에서 인사말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 위원회는 식약처, 질병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를 비롯해 경찰, 소방, 군 등 안전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모든 일정이 차질 없이 끝났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위원회가 끝까지 안전하고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준 모든 협력기관에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다음 회의인 제4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7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되며, 한국은 ‘한양의 수도성곽’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