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만 30% 넘게 폭락’ 왜 하필 코스피 투자를…폭락엔 다 이유가 있다 [투자360]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오전 11시 5분 현재 전장보다 8.77% 급락한 141만4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후 낙폭이 9~10%대로 확대됐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도 전장보다 4.77% 내린 20만9천500원에 매매 중이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7월 코스피 30% 폭락은 하나의 악재가 만든 조정이 아니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이 AI 반도체 랠리에 균열을 냈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쏠린 코스피 구조가 낙폭을 키우면서 월간 하락률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말 8476.48에서 지난 28일 6023.66으로 밀리며 7월 들어 28.94% 하락했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9114.55)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33.91%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7449조5927억원에서 4993조2966억원으로 2456조2961억원(32.97%) 감소했다. 월간 하락률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0월(-27.25%)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월(-23.13%)을 모두 뛰어넘으며 199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급락의 중심에는 외국인이 있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7조905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AI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조966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는 10.84% 급락했다.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될 정도로 투매가 이어졌고, 결국 장중 6000선마저 내줬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4조3337억원, 6300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의 투매에 불을 붙인 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속도였다. 최근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업체가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와 중신궈지(SMIC) 등으로 공급망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CXMT의 생산능력 확대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중국이 설계부터 장비, 생산, 메모리까지 아우르는 독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중국산 DUV 장비가 아직 성능과 신뢰성 면에서 ASML 제품과 격차가 있다는 평가에도 투자자들은 향후 메모리 공급 확대 가능성을 먼저 반영했다. 공급 부족을 전제로 이어졌던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가 흔들리자 미국에서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고, 일본의 키옥시아와 도쿄일렉트론, 대만 TSMC와 미디어텍 등 아시아 주요 반도체주로 충격이 확산됐다.

이번 급락은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AI 랠리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두 종목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조정 국면에서는 오히려 지수 하락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8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1286조1812억원, 1104조6886억원으로 합산 2390조8698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0.02%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도체 대표주 두 종목의 주가가 흔들리자 코스피 전체가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200 내 합산 시가총액 비중이 60.7%까지 확대되면서 종목 분산 효과가 크게 약화됐다”며 “고점 이후 코스피가 2358.8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반도체 업종이 1892포인트를 설명해 전체 낙폭의 80.2%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중국발 악재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AI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투자 논리가 흔들린 결과로 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추격과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시장이 반도체 업황의 정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중국 반도체 업체의 약진, 이익 전망의 정점 우려 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산 DUV가 당장 첨단 반도체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의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핵심 이슈”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7.2% 증가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섰지만 시장 예상치(63조15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며 ‘어닝 미스’를 기록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실적 자체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와 메모리 업황, 중국 증설 속도 등 하반기 전망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향후 반등 여부도 결국 외국인 수급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급락장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나타난 이후 지수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IT버블 당시에는 주가 하락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낙폭을 키웠다”며 “반면 차이나쇼크와 두바이쇼크 때는 외국인이 리밸런싱 차원에서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개인은 주가가 매입가를 회복하자 매도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후 지수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