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잔은 꼭 마시는데” 메뉴 잘못 골랐다가 ‘낭패’…믿기 힘든 결과, 알고 보니 [지구, 뭐래?]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테.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텀블러만 쓰면 되는 거 아녔어?”

밖에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 오는 한여름. 얼음이 가득 담긴 카페 음료는 하루를 버티기 위한 ‘필수품’과 다름없다.거의 매일 같이 카페를 이용하다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또한 쉽게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 때로는, 어떤 음료를 고르는 지가 텀블러 사용 유무보다 지구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서울 종로구 대체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실제 여름철 인기 카페 음료 중에서도 특정 재료의 포함 유무에 따라서 탄소배출량이 최대 5배가량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특정 음료를 선택하는 게 환경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럴드경제가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여름철 인기 카페 음료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같은 양의 음료라고 해도 최대 5.5배의 탄소배출량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아이스 음료 구매 비중은 20~30대의 젊은 세대가 가장 높다. 사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123RF]


분석 대상이 된 음료는 ▷커피류(아메리카노) ▷라테류(라테·바닐라라테) ▷티류(녹차·복숭아아이스티) ▷주스류(수박·망고주스) ▷에이드류(레몬·자몽에이드) ▷스무디류(망고·딸기바나나스무디) 등으로, 원재료 생산과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탄소배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큰 재료는 ‘우유’다. 실제 10개 음료 중 가장 탄소배출량이 큰 음료는 우유가 함유된 아이스바닐라라테(440g)와 아이스라테(426g)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체커피. 김광우 기자.


그 뒤를 이은 망고스무디(421g) 또한 표준 레시피에 우유와 이를 사용해 만든 플레인요거트가 포함돼 있었다. 우유를 기반으로 한 재료를 합친 탄소배출량은 310g으로 주재료인 망고(87g)와 비교해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준 사이즈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이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은 약 66g 수준이다. 우유가 함유된 라테 등 음료 한 잔을 만드는 데만 해도 플라스틱 컵 5개 분량의 탄소배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스 카페라떼 [pexels]


구체적으로는 아이스라테 한 잔의 탄소배출량이 426g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236g)와 비교해 크게 높았다. 원두와 물, 얼음 등이 들어가는 두 음료의 차이는 결국 우유다. 아이스라테 한 잔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약 190g의 탄소가 더 발생한 셈이다.

여타 연구에서는 더 큰 차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024년 국제학술지 ‘환경영향평가리뷰’에 발표된 마카오 카페 음료의 전 과정 평가 연구에 따르면 아이스라테 한 잔의 탄소배출량은 860g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290g)의 약 3배로 측정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연합]


우유가 높은 탄소배출량을 나타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젖소가 사료를 소화할 때 발생하는 ‘메탄’이 그 주범.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위 속 미생물을 이용해 풀과 사료를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긴 메탄은 트림 등을 통해 대기로 배출된다.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은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단기간에 지구를 데우는 힘이 강하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기준 메탄의 100년 지구온난화지수는 27이다. 같은 양을 배출했을 때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약 27배에 해당하는 온난화 효과를 낸다는 것.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의 커피 농장.[게티이미지]


‘식물성 우유’는 이같은 단점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예컨대 아몬드 우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절반 수준. 아이스 라테에 우유 대신 아몬드 우유를 사용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한 잔에 426g에서 257g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커피’ 또한 탄소배출량이 높은 재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아메리카노나 라떼 한 잔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2샷)를 생산하기 위해 나오는 탄소량은 151g 수준. 일회용 플라스틱 컵 2개 분량에 해당한다.

커피.[123Rf]


커피는 극히 일부 지역인 ‘커피 벨트’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하다. 물 사용량도 다른 작물에 비해 높다. 이에 대표적인 ‘탄소 배출’ 식품으로 분류된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커피 1kg을 생산·가공·운송하는 데는 평균 17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소고기, 양고기, 치즈, 초콜릿 등에 이어 전체 식품군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커피.[헤럴드DB]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평균 405잔인 것을 고려하면, 단 한 사람이 1년간 마신 커피에서만 121kg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약 18그루의 소나무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속가능한 음료 문화를 만드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탄소 배출 등 부작용을 극복한 ‘대체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커피 원두 대신 식물 뿌리 등을 이용해서 비슷한 향과 맛을 낸 제품이다.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서 직원이 대체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아이스라테 한 잔을 마신다고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곧 기업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신호가 된다. 컵을 텀블러로 바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유의 양을 줄이거나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고, 마실 만큼만 주문하는 방법 등을 통해 조금씩 더 환경에 이로운 카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오후두시랩 관계자는 “음료 소비량이 많은 여름철인 만큼 메뉴 선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며 “일부라도 친환경적인 데 소비하는 실천이 쌓일 경우, 생산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며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