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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아리랑’ 앨범 유럽 투어 공연을 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실상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그룹 중 하나인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를 거부했다.
방탄소년단은 20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년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정규 5집 ‘아리랑(ARIRANG)’과 모든 음원의 출품(Submission)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짧은 입장문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결정의 직접적 계기는 그래미 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달 발표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신설이다. K-팝과 J-팝, C-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 부문은 발표 직후부터 ‘포용과 분리’의 논쟁을 불러왔다.
이 부문은 K-팝을 비롯해 J-팝(일본 팝음악)과 C-팝(중국 팝음악) 등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아시안 국가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하고, 아시아 출신이거나 현지에서 인정받는 아시안 팝 음악의 탁월함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미는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을 인정해 신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 일본, 중국의 음악이 각기 다른데도 ‘아시아’라는 지리적, 인종적 울타로 묶는 것은 서구 팝 중심주의 시각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래미는 대중음악 가수들이 꿈꾸는 ‘마지막 관문’이나 방탄소년단의 이번 행보는 트로피를 받기 위해 미국의 대형 시상식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미 방탄소년단이 트로피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5집 ‘아리랑’은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과 앨범 차트 ‘빌보드200’을 동시에 석권했고, 세계 주요 음악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현재도 이 앨범은 ‘빌보드 200’ 9위에 올라있다.
현재 그래미 보이콧으로 방탄소년단이 묻고 있는 것은 음악의 분류 방식이다. 앞서 2021년 더 위켄드(The Weeknd)가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도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그래미는 부패했다”며 출품을 중단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위켄드의 문제 제기는 당시 투표 시스템 개편 논의로 이어졌다. 이번 BTS의 선언 역시 그래미가 글로벌 음악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K-팝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꾸준히 그래미의 문을 두드려 왔다. 올해 2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OST 부문에 해당하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1개 부문을 수상했다. 브로노 마스와 함께 부르며 엄청나게 인기를 얻은 로제의 ‘아파트’(APT.)가 무관에 그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최우수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그래미 어워즈’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통해 K팝 사상 처음으로 이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이후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등에 후보로 올랐으나 트로피는 안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