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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분리배출함에 쌓인 쓰레기들. 김상수 기자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경기 끝나고 나올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연간 1200만명이 찾는 국내 최대 관중 스포츠 ‘야구’.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퇴장하는 길에는 늘 그렇듯 불편한 광경이 펼쳐진다.
분리배출함 앞에는 먹다 남은 치킨과 떡볶이, 맥주컵 등 각종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뒤섞인 채 산을 이루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쓰레기가 한군데 모여, 재활용품인지 일반쓰레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쓰레기를 버리는 관중들도 ‘분리배출’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가 남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유독 ‘나쁜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것. 심지어 제대로 처리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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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SSG랜더스필드 [녹색연합] |
환경단체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5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10개 구단 경기장 9곳을 대상으로 매장별 일회용품 및 다회용기 사용 현황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식음료 매장 351곳 중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은 34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99.4%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일회용품’ 만을 사용하는 곳 또한 전체 매장의 7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품과 다회용품을 같이 사용하는 곳은 26.5%로 집계됐다. 완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은 전체 1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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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분리배출함에 쌓인 쓰레기들. 김상수 기자 |
음료컵과 음식 용기는 물론 소스통, 숟가락, 젓가락, 포크 등 음식을 먹는 과정 전반에서 일회용품이 쓰였다. 다회용기를 도입한 매장도 상당수는 일회용품을 함께 제공했다.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일회용품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것.
심지어 ‘물’을 섭취할 때도, 일회용 먹는샘물(생수) 등을 구매하는 수밖에 없었다. 텀블러를 가져가더라도, 물을 채울 수 있도록 설치된 음수대는 단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회용기 도입 매장 비율을 구장별로 차이가 컸다. SSG 랜더스의 경우 구장 내 매장 50%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의 다회용기 도입률은 2.4%에 그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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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야구장 [녹색연합] |
분리배출 체계 역시 미흡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일반·음식물쓰레기가 뒤섞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었다는 게 서울환경연합 측의 설명이다. 특히 경기가 종료된 후 쓰레기가 한꺼번에 몰리며, 혼합 배출로 이어지는 데다 표시가 불명확해 어디에 뭘 버려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쓰레기를 제외하고 종이류, 비닐류, 투명페트병, 음식물은 대부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거나 아예 분리배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야구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총 3444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회용품 등을 포함해 종량제봉투에 버려진 폐기물은 3278톤이었고, 분리배출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156톤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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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판매하는 다회용기에 담긴 닭강정 [독자제공] |
이제껏 관련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3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자발적 협약을 통해 1회용품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캔 음료를 구매할 때 제공하던 일회용 컵을 없애는 식이다. 각 구단 또한 경기장 내 식·음료 판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자발적 협약으로 의무 사항이 아니란 점이 한계다.
서울시는 잠실야구장과 고척스카이돔의 일부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 컵과 그릇을 도입하고, 관중이 사용한 용기를 회수·세척해 다시 쓰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관중이 늘었는데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줄어드는 등 일정한 감축 효과도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야구장 전체의 일회용품 사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다회용기가 도입된 구장에서도 일부 매장에만 적용되거나 일회용품과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구단 자체적으로 다회용기 전환 의지가 부족한 탓에, 지자체 예산 등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좀처럼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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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야구장.[연합] |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야구장 폐기물 감축 목표 수립 및 관련 데이터 공개 ▷일회용품 사용 단계적 감축 및 다회용기 시스템 적극 도입 ▷구장 전체에 음수대 설치·관리 ▷수거함·안내 표지·동선 등 분리배출 인프라 전반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지자체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구단이 직접 예산을 편성해 입점 매장 계약과 운영 기준에 다회용기 사용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 또한 전국 모든 구장에 다회용기가 ‘기본값’이 되도록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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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야구장.[연합] |
서울환경연합은 이같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KBO와 프로야구 구단에 대해 야구장 쓰레기 감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모니터링 ▷구단별 질의 ▷국회 정책 제안 ▷토론회 개최 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국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KBO리그 정규시즌에는 1231만2519만명이 입장해, 한국 프로스포츠 단일 시즌 최초로 1200만 관중을 넘어서기도 했다. 720경기 평균 관중은 약 1만7101명 수준이다.
올해도 흥행은 계속되고 있다. 2026 시즌 또한 800만 관중까지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도달했다.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관중 기록마저 다시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큰 변화가 없다면, 경기로 인해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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