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대상 시상식·페스티벌 추진
52만명 방문·1조 경제효과 목표
예산·공정성·정부 역할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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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문화교류위원회 박진영 위원장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팬덤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명하고 대한민국이 이 산업의 리더가 된다면 대중문화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팬덤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K-팝을 넘어 K-컬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국가 차원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패노메논(Phenomenon)’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27일 오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K-컬처가 좋은 기회를 얻고 있는 이 때에 다음 세대까지 지속하면서도 우리나라에 원동력 중 하나로 가능하게 할 프로젝트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자 핵심 키워드는 ‘팬덤 산업’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로부터 ‘최전선에서 뛰는 여러분께 뭘 해드리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10개월간 고민한 답은 이 일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패노메논’은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신조어로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상표 등록을 마친 브랜드다. 일회성 공연이나 시상식을 넘어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의 역량을 집결하는 대규모 복합 문화 축제를 지향한다.
공동 위원장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패노메논은 다양한 K-컬처 분야의 문화적 역량이 집약된 대규모 축제”라며 “출범 10개월간 치열한 논의를 거쳐 확정된 큰 방향과 골격을 공개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패노메논 프로젝트의 3대 핵심 과제는 ▷ 어워즈 (2027년 12월) ▷ 페스티벌 (2028년 5월) ▷ 세계 핵심 도시 K-컬처 센터 건립 등이다.
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패노메논 어워즈(FANOMENON Awards)’는 2027년 12월 한국에서 시작된다. 가수가 아닌 ‘팬덤’에게 상을 주고, 가수는 팬들을 대신해 대리 수상한다. 최고 대상의 명칭은 ‘팬더모니엄(Fandomonium)’. 이미 전 세계 시장에 상표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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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최휘영 위원장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제공] |
다만 팬덤을 정량화해 순위를 매기고 상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 위원장은 “투표가 아니라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데이터를 지독할 정도로 치밀하게 트래킹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매트릭스를 짜고 있다”며 “예술 영역을 측량하는 것에 부작용도 있겠지만, 권위와 신뢰가 조기에 자리를 잡는다면 배우 시상식이나 그래미처럼 순작용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프로젝트는 시상식에 머물지 않는다. 2만 석 규모의 서울 창동 아레나와 축구장 7개를 합친 규모의 일산 킨텍스 등을 중심으로 11일간 공연과 전시, 게임, 패션, 푸드, 드라마, 웹툰 등을 결합한 K-컬처 페스티벌을 연다. 추진위는 연간 52만 명 방문, 해외 관광객 20만 명 유치, 약 1조원의 경제효과( 문화관광연구원 추정)를 기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12월이면 세계 팬덤이 서울로 향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며 “코첼라처럼 특정 도시를 상징하는 글로벌 문화행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시상식에서 출발하는 패노메논 프로젝트는 2028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판 코첼라’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전 세계 핵심 도시로 K-팝 센터 건립 비전을 세워뒀다. 박 위원장은 “ 2만 석 정도 되는 공연장을 만들되, 그 안에 정부 관공서, 각종 기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스토어를 함께 넣는 것”이라며 “최 위원장님은 이것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주선 하나가 떠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착륙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실질적 추진 주체는 HYBE, SM, JYP, YG 등 K-팝 4대 엔터테인먼트사다. 4사는 현재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신청하고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굴지의 대형 기획사가 손 잡은 만큼 4대사 독과점과 중소 기획사 소외 우려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거 하면서 4대 기획사 위주로 가고 중소 기획사들 배제했다가 맞아 죽을 것”이라며 “4개사가 사람과 관심을 모으는 돌격대장 역할을 해주고, 성장하는 신생 기획사나 K-컬처 타 산업 기업들에게 큰 기회의 판을 열어주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패노메논은 첫 번째 목표를 공익에 두고,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K-팝 4개사가 한 목소리로 움직이려 회사까지 만들었고, 이 회사와 정부가 힘을 합쳐 공익적인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3단계에 걸쳐 실행된 이 프로젝트는 퍼주기식 행사는 아니다. 정부가 ‘현장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예산을 지원한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패노메논 시상식과 함께 이어지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유료화해 티켓을 판매하고, 스폰서십도 마련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도의 ‘관제 문화 사업’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두 위원장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정부가 일을 잘하지만 K-팝을 전 세계에 이 정도까지 띄울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지는 못한다”며 “정부는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행정과 예산을 지원하는 기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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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문화교류위원회 박진영 위원장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제공] |
박 위원장 역시 “정부가 기획해서 민간에 ‘이거 하라’고 하면 안 될 확률이 높다”며 “이번엔 최전방 민간 기획사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가 공익성을 보태는 역발상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는 돈이 된다. 돈이 벌리지 않는 행사에 전 세계 아티스트와 회사들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익적 목표로 시작된 행사인 만큼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어 정부 예산이 지원될 것”이라고 했다.
매해 12월은 한국 가요계가 가장 바쁠 때다. 11월부터 시작되는 각종 연말 시상식으로 각 소속사마다 아티스트의 스케줄 조정에 골머리를 앓는다. 게다가 프로젝트가 정착하기까진 수익성 희생이라는 현실적 난제도 안고 있다.
최 위원장은 “국내 실내 공연장 여건상 대형 아티스트들이 일정과 수익을 희생하며 대의에 동참해 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며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불어나는데 다 담으려다가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수 있어 계속 쳐내는 중”이라며 신뢰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의 구상과 포부는 더 멀리 있다.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페노메논 시상식이 미국 그래미 어워즈와 같은 권위와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는 “매년 12월 전 세계의 시선이 서울로 꽂히는 것을 상상만 해도 멋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초반 정착이 중요하다. 다행히 4사 대표와 아티스트도 그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K-팝을 미국에 진출시킨다고 했을 때 ‘왜 쓸데없이 원더걸스를 데리고 나가서 고생시키느냐’라든가, ‘박진영 미국병 걸렸다’는 말 듣고 가슴에 피멍이 많이 들었다. 리먼 브라더스 터지고 미국 투자금 100억 날리고 죽고 싶었을 때도 ‘너무 멋진 일이니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LA 소파이스타디움에서 트와이스나 스트레이 키즈가 공연하는 것을 보면 방시혁과 미국 방구석에서 머리 싸매고 생각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서울이 전 세계 축제의 장이 되는 멋진 그림을 위해 버텨볼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