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기름값·식료품·항공료까지 줄줄이 오른다

중동 긴장 고조에 원유 공급 불안 확산

물류비 상승에 소비자 물가 다시 압박…미국 가계 부담 커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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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가격표시판에 25일(현지시간) 모든 등급의 개솔린이 갤런 당 5달러를 훨씬 넘기고 있다.<heraldk.com>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한 번 생활물가 상승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휘발유 가격은 물론 식료품과 생활용품, 항공권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6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되며 유가가 안정됐던 흐름을 뒤집은 것으로, 중동 지역에서 이어지는 군사 충돌이 국제 원유 공급망을 다시 흔들고 있다고 AP가 분석했다.

휘발유값 다시 갤런당 4달러 시대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9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15센트 상승했다.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 갤런당 4달러를 웃도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파벨 몰차노프는 "석유 공급망 특성상 주유소 가격은 최소 다음 주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올해 말과 내년 인도분 원유 선물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 군사 충돌이 진정되면 유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높은 기름값에도 미국인의 운전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휘발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890만 배럴로 전주보다 1% 증가했다.

식료품 가격도 상승 압력

농산물 생산에는 디젤 연료가 사용되고 식품 대부분이 트럭으로 운송되는 만큼 유가 상승은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넬대 식품산업관리프로그램 책임자인 미겔 고메즈 교수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다고 식품 가격이 즉각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운송과 냉장 보관, 포장 비용이 증가하면서 식품 공급망 전반에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신선 농산물과 유제품은 냉장 운송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리브유처럼 유럽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 역시 운송비 증가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 알버트슨스는 소비 둔화와 식료품 사업 부진을 이유로 2026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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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heraldk.com>

배송비 올라 생활용품 가격도 인상

선박과 트럭, 항공 화물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가 오르면서 배송비 역시 상승하고 있다.

UPS와 페덱스 등 물류업체들은 이미 연료할증료를 인상했으며, AFS로지스틱스와 TD코웬 화물지수에 따르면 트럭 운송요금은 연료비와 공급 부족 영향으로 최근 4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AFS로지스틱스의 앤디 다이어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디젤 가격은 연초보다 약 51%, 항공유는 지난해보다 90% 상승했다"며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품 가격에도 이러한 비용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유통업체도 실적 경고

미국 농촌생활용품 전문업체 트랙터 서플라이는 봄철 판매 시즌 동안 높아진 유류비가 소비를 위축시켰다며 올해 매출 전망을 낮췄다.

할 로턴 CEO는 "고객 상당수가 디젤 픽업트럭을 이용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만큼 유가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며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품만 구매하고 쇼핑 횟수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학 시즌 신발값도 오를 듯

미국신발유통협회(FDRA)는 원자재와 운송비 상승,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개학 시즌 신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중동 사태 이후 신발 제조에 사용되는 석유계 원자재 가격이 최대 25% 상승했으며, 소비자가격은 약 5% 정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추가 관세 시행 전에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앞당기면서 해상운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항공권도 인상 압력

항공사들은 급등한 항공유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운임과 각종 부가요금을 인상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감편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2분기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연료비 부담으로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운임 인상으로 추가 비용 일부를 상쇄했지만 연간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했다.미 에너지정보청은 최근 4주간 항공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