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냥이’ 위한 비만약 나오나…고양이용 비만치료제 임상 돌입

위고비·마운자로 열풍, 이젠 고양이 차례
과체중 고양이 61%…제약사들의 해법은
미국 댈러스에 살고 있는 다섯살 고양이 펠릭스 [CNBC]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댈러스에 사는 다섯 살 고양이 펠릭스는 먹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살 좀 빼보려고 주인 에이미가 사료량을 줄여봤지만 소용없었다. 집에 고양이가 두 마리다 보니, 펠릭스가 다른 녀석 밥그릇까지 먼저 비워버리는 통에 다이어트는 매번 실패로 끝났다.

에이미가 이렇게 신경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만은 고양이 수명을 갉아먹고 관절과 심장에도 무리를 준다. 그는 “반려동물용 살 빼는 약이 나온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바람이 조만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 바이오기업 두 곳이 과체중 고양이를 대상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실험에 들어갔다. 전 세계를 흔든 인간용 비만약 열풍이 이제 집 안의 반려동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고양이용 오젬픽’ 나올까


노보노디스크가 만든 오젬픽과 위고비 [로이터]


20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악스턴 바이오사이언스는 코넬대학교와 함께 과체중·비만 고양이를 대상으로 주 1회 투여하는 GLP-1 치료제 임상시험을 후원하고 있다. 약 70마리의 고양이를 3개월간 지켜보는 시험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바 파마슈티컬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최대 6개월간 약효가 지속되는 삽입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시험명은 ‘미야우-1(MEOW-1)’이다. 수의사가 장치를 삽입하면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이다.

물론 아직 둘 다 승인 전 단계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고양이용 오젬픽’은 없다.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수의사가 실제로 처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뚱냥이들’, 얼마나 많길래


[123RF]


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 조사를 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진료받은 고양이의 61%, 개의 59%가 과체중 또는 비만 판정을 받았다.

특히 고양이 비만은 다루기가 까다롭다. 강아지처럼 산책 시간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식단을 바꾸려 하면 거세게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약을 꾸준히 먹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니 매일 먹일 필요 없이 주사 한 방이나 삽입형 장치로 해결되는 GLP-1 치료제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토드 자이언 악스턴 CEO는 지난해 11월 임상시험을 발표하며 “고양이 비만은 수의학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는 건강 문제”라고 짚었다.

“보호자들 가격 부담이 확산 속도 늦출수도”


코넬대학교가 진행하는 악스턴 후원 임상시험은 약 70마리의 과체중 또는 비만 고양이를 약 3개월 동안 관찰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이미 2000억달러 규모로 커진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본다.

오카바 측도 반려동물 비만 치료가 가장 큰 의료 수요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다만 매출 전망까지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미언 굿먼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보호자들이 프리미엄 사료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프리미엄화에서 의료화로 지출 영역이 넓어지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섣부른 기대는 경계했다. “반려동물용 비만약이 보급률이나 가격 면에서 인간용 GLP-1 시장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란 가정이 가장 과장된 전망”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 진료비는 대부분 보호자 지갑에서 고스란히 나가는 만큼, 가격 부담이 확산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