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화관, 허회태 작가 예술 인생 60주년 ‘내가 안고 있는 꽃길 전’ 개최

[한국서화관 제공]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국서화관이 기획 초대로 무산 허회태 작가 개인전을 다음달 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모그래피의 창시자이자 감성조각 ‘이모스컬퓨처’를 선보이며 K-아트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허회태 작가의 예술인생 60년을 돌아보는 이번 전시는 서울 성북구 한국서화관에서 한 달 동안 전시 일정에 돌입한다.

허 작가 초대 개인전은 오는 8월 1일 오후 4시 30분 개막식으로 시작한다.

김순기 한국서화관 관장은 “현존작가 작품 최고가 1100억원을 기록한 제프 쿤스를 평론한 타티아나 로젠슈타인이 허회태의 작품에 대해 ‘서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예술적 자유를 탐구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허 작가의 예술은 유교의 사유와 불교의 정진, 도교의 자연이란 동양 정신 문명을 서예로 시작해 회화와 입체로 나아갔단 평가를 받는다”면서 “K-아트의 선두에서 가장 한국적인 내용과 형식으로 세계인들의 가슴에 새로운 우주를 잉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모그래피(emography) 장르를 창시한 허 작가를 향해 미술계에선 서예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했으며, 한국적 정신세계를 세계적 조형언어로 번역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오늘날 K-팝(Pop)과 K-드라마(Drama)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듯 그의 작품은 K-Art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라며 “작가는 ‘유불선’을 작품에 담아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켰고 그 우주는 지금도 확장 중”이라고 했다.

허 작가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점’의 의미를 느껴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점들은 단순한 점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되는 점들은 생명의 씨앗이 되고, 꽃이 되고, 산과 강이 되며, 마침내 우주가 된다는 것. 허 작가 작품의 화면은 정지된 평면이 아니라 생성과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생명의 장이 된다. 허 작가 작품은 동양철학의 근본적 사유와 깊게 연결돼 있다. 허회태의 점은 모든 것이 하나에서 시작돼 만물을 이루고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는 노자의 도와 맞닿아 있다.

[한국서화관 제공]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심장의 울림 ▷헤아림의 꽃길 ▷내가 찾은 꽃길 ▷내가 품은 꽃길 ▷내 안의 꽃길 연작은 이런 허 작가 철학을 담은 정수다.

꽃은 동양예술에서 오래 전부터 생명과 희망, 깨달음의 상징이었다. 작품 속의 꽃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며, 수행의 결과로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다.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점들은 마치 인간이 살아오며 남긴 수많은 시간의 흔적처럼 보인다. 하루하루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처, 기다림과 희망이 축적돼 결국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이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발견한다. 누군가는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생각합니다. 작품은 설명하지 않지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빛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광과 조명,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은 살아 움직이며 서로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 붉은 색채는 심장의 박동처럼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푸른 색채는 깊은 명상과 침묵을 불러오며, 녹색과 황금빛의 화면은 치유와 희망의 정서를 전한다. 따라서 작품은 보는 대상이 아니라 체험하는 공간이며, 관람자는 그 공간 속에서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

허 작가는 한지 위에 자신의 철학을 붓글씨로 직접 써서 그것을 헤아릴 수없이 수많은 조각을 만든 후 집적해 형상을 구축함으로써 작품을 만든다. 단순한 콜라주를 넘어선 존재의 재구성에 관한 서사이며 화면 전체는 무수한 문자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응집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의 철학이 적힌 문자들은 해독 가능한 문장이 아니라 색과 점, 리듬으로 재탄생한다. 즉 관람자는 철학의 내용을 읽기보다 철학이 응축된 에너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게 한국서화관 측의 설명이다.

허 작가가 쏟아 낸 작품에 대한 집요한 노동은 화면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십만 개에 가까운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밀도는 수행적 시간의 흔적이며, 작품은 결과물인 동시에 긴 시간의 기록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꽃길을 단순히 ‘행복한 삶’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사유와 고통, 인내의 조각들이 모여 비로소 발견되는 길임을 보여준다.

‘꽃길’에서 작품은 문자와 회화, 수행과 조형이 결합된 것이다. 작가의 내면에서 분출하는 행복·희열·기쁨·열정의 에너지를 집적된 꽃의 형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한국서화관 제공]


작품에서 주로 멀리서는 환희의 꽃밭으로, 가까이서는 철학의 파편으로 읽히는 이중적 감상이 강점이다. 노동집약적 제작 구성은 마치 내면의 열정과 희열이 땅으로부터 피어올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시각화한 듯하다. 이러한 방식이 작품의 진정성과 깊이를 더욱 강화한다.

허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가 좋아하고 감상자와 공감하고 행복과 희열을 갖는 것이 진정한 꽃길”이라며 “입체적인 생명체의 울림으로 이미지와 스토리를 전달하고 감성적 상징적 고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 작가는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미국 5개 갤러리 초대 순회 허회태 개인전 ▷스웨덴국립박물관 초대 허회태 특별전 ▷슬로바키아 정부 초대 허회태 개인전으로 국내외에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한국서화관 측은 “이번 초대전은 한국 예술의 미래를 바라보는 창”이라며 “점으로 우주를 써 내려온 한 예술가의 위대한 순례를 만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