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만 10%와 ‘대조’…印은 막판 10%로
“강제노동은 명분…위헌판결 우려 낮은 법적근거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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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관세 규정에 따르면 한국은 12.5%를 적용받게 된다. 미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대미(對美)투자까지 약속한 한국과 일본이 강제노동 금지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법안이 없다는 이유로, 실제 강제노동이 횡행하는 동남아시아나 남미 국가들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치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고시한 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캐나다,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영국 등 17개국은 10%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강제노동 수입 금지 법안을 도입했거나, 상호 무역협정을 통해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하기로 약속했거나, 실질적으로 강제 노동 상품 수입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체제를 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EU와 대만에 대해서는 강제노동 대책을 도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10%로 세율을 제한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스위스는12.5%까지 관세를 적용받는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기존 최혜국 관세율이 12.5%보다 낮은 경우, 총관세율을 12.5%까지 맞추게 된다. 기존 MFN 관세율이 12.5%를 넘으면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를 더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미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하면서, 각각 3500억달러와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까지 약속한 바 있다. 강제노동 상품 수입 금지에 대해서도 국내 노동법 및 국제 협약을 통해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상품의 수입을 막는 기본적 법적 체계가 있다고 항변해 왔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은 아직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인도나 심지어 강제노동이 횡행한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들보다 높은 관세를 받았다. 초안에서는 인도도 12.5%의 관세 적용국이었지만, 막판에 강제노동 상품 수입 금지 조치를 결정했다는 이유로 관세가 10%로 내려갔다.
심지어 강제노동 상품의 ‘주산지’인 국가들도 한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관세를 받았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 인권 단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글로벌 브랜드의 하청을 받는 의류, 방직, 봉제 산업에서 강제노동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에콰도르나 엘살바도르는 커피·바나나 농장 등에서, 인도네시아는 원양어선이나 니켈 광산 등에서 강제노동이 문제 되어 왔다. 이 같은 구조를 무시하고, 단순히 강제노동 상품 수입 법안의 명문화 여부만 놓고 기계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무역법 301조를 동원한 관세 부과의 법적 타당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역 전문 변호사들은 무역법 301조가 USTR의 조사 후 관세를 제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무효 소송 제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관세 부과의 근거가 돼 비교적 법적 토대가 분명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함으로써 패소를 피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상호관세 부과에) 채택한 성급한 접근보다 소송에 덜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는 법을 이용했다”면서 “가능한 모든 무역상의 권한을 동원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제노동·과잉생산 조사의 법적 타당성을 우려했다.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강제노동 제품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 것이 ‘지속적 패턴’에 해당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CRS의 분석이다. USTR의 조치가 임의적이고 자의적인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추가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과잉생산에 대한 조사인데, 중국과 멕시코, EU 등이 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현정·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