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바이오 ‘장기 성장’에 베팅…뭉칫돈 몰린다

IMM·TKG, 에이프릴 유상증자 참여
TKG휴켐스에 경영권…연구조직 지원
오리온,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CBC그룹, KIC와 4500억 펀드 조성
바이오테크에 SI·사모펀드 자본 러시



국내 바이오테크에 대한 경영권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 글로벌 확장성 등 장기성장성에 주목하는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의 베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23일 IMM인베스트먼트와 TKG휴켐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34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투자금 납입까지 완료하면서 본계약 체결 이후 한 달 만에 거래가 종결됐다.

거래 이후 최대주주는 IMM인베스트먼트 계열 운용사인 IMM자산운용이지만 경영권은 TKG휴켐스가 행사할 예정이다.

TKG휴켐스는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에이프릴바이오 지분을 인수했다. 이사회 5명 중 3명을 TKG휴켐스가 지명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구조다. TKG휴켐스는 향후 IMM 측 보유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가지고 있다.

이번 거래는 기존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은 전략적투자자(SI)가 바이오테크 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신발 개발 및 제조사를 모태로 하는 TKG태광그룹은 정밀화학, 소재, 반도체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에이프릴바이오를 낙점했다.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형식이지만 경영진 교체, 인력 효율화,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는 전통적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연구개발과 임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기존 연구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TKG휴켐스는 자금력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되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존 연구진이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연구를 계속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024년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와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오리온은 54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으나 김용주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과 연구조직, 운영체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창업자의 낮은 지분율도 이 같은 거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약개발사는 벤처캐피탈 투자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창업자 지분율이 낮아진 기업이 적지 않다.

PEF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때 창업자가 경영권을 넘기더라도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테크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글로벌 자본도 몰리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 CBC그룹은 한국투자공사(KIC)와 함께 국내 바이오테크 투자를 위한 45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 중이다. CBC는 2021년 GS그룹,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을 인수한 곳으로 유명하다.

CBC는 해당 펀드를 통해 국내 바이오테크가 보유한 임상 1·2상 단계 개별 신약 지식재산권(IP)을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하고, 펀드 산하 운영법인을 통해 글로벌 상업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테크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모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상업화 단계까지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곳이 늘어나면서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테크 산업이 성숙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