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비거주 1주택 증세 직진…‘똘똘한 한 채’ 잡힐까 [부동산360]

세제 개편안 윤곽에 전문가 진단
“일시적 고령층 등 매물 출회 효과도”
“세 오른다고 집 파냐, 중장기엔 매물 잠김”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윤성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동산정책 대토론회에서 쏟아낸 발언을 종합하면 초고가 주택, ‘비거주용’ 1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이번 세제 개편안 핵심이 될 전망이다. 거주용·중저가·지방 주택은 보호하되, 그 외 주택에 대해서는 다층적 규제를 적용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세제가 강화될 경우, 단기적으론 현금 창출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절세 목적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 속도가 세제 상승폭을 웃도는 상황에서 집값 인하효과나 장기적 매물 출회효과는 제한적일 거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세제의 직격탄을 맞는 고가 시장과 그렇지 않은 중저가 시장의 격차 심화로 인한 분절 현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제 개편안 ‘윤곽’…李 초고가 잡고, 중산층·1주택자는 인센티브


24일 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현재 종합부동산세의 틀이 용도·가격·지역에 따라 더하고 빼는 가감 체계로 재정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는 현행 법에서 실거주 여부, 주택 가격, 소재지 등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7일 오후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되는 추가 토론회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초고가 주택’과 같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율 상향 방침은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보유세와 관련해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3배는 올려야 한다”며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집값 거품 붕괴에) 대비는 해야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거주용 1주택과 서민·중산층, 지방 주택은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하게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거주 용도일 경우에는 감해주고 서민용 또는 중산층이면 좀 더 감해주고 지방 같은 지역적 요인도 배려하겠다”고 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와 ‘가액’ 중 어떤 것으로 할지, 그리고 초고가 주택 기준을 어떻게 할지 등 주요한 쟁점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토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주요 도시 대비 국내 보유세 수준이 낮다는 지적과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인 5억원의 2배 수준인 10억원을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단 비거주 1주택의 기준에 대해서는 직장·교육·의료 등의 이유를 모두 ‘실거주자’로 넓혀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직장 때문에, 교육 때문에, 입원해야 되는데 어쩌라는 거냐는 지적들이 많다”며 “‘실거주’라고 하지 말고 앞으로는 ‘거주용·주거용’이라고 하자”고 했다. 비워두거나 단기간 임대하더라도 원래 용도가 거주용이면 실거주와 똑같이 취급해 세제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초고가·투자용 이중 타깃…전문가 “매물출회·가격안정엔 한계” 진단


시장은 이번 정부의 세재 개편안으로 초고가 주택 등 ‘똘똘한 한 채’와 다주택 보유자가 모두 영향권에 편입될 것으로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 등 ‘똘똘한 한 채’를 주요 타깃으로 본다”면서도 “그중에서도 실거주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용을 견제하는 등 여러 가지 성격이 섞여있다”고 했다.

단 고가 주택의 매물 출회, 가격 안정 등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 속도가 세제 인상 분을 상회할 뿐 아니라 자산가들의 학습효과 등이 작용해 오히려 임차인의 부담만 키우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시세 30억원 이상을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삼을 시 서울에서 보유세 강화 대상은 약 16만6000가구로 예상된다. 25개 자치구 중 약 14개 자치구가 영향권이다. 실제 대상 중 91% 이상이 강남·서초·송파·성동·용산구 등 한강벨트에 몰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세 부담을 느낀 고령층의 매물출회가 나타날 수 있다. 박 위원은 “우리나라는 고령자 비중이 22%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고가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이 세 부담을 의식해 매도에 나서는 이른바 ‘코어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주택 공급과 대출, 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놓고 각계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공개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중장기적으론 매물 잠김 현상이 유지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 위원은 “반포자이 아파트를 예로 들면 지난 2년간 실거래가가 약 15억원 상승했다”며 “보유세를 1년에 약 2000~3000만원 정도 지급해야 하지만 1년 뒤에 1억원이 넘게 오를 건데 그 돈이 아까워서 집을 팔 리는 없다”고 했다. 보유세 인상은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기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과 비(非)강남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위원은 “강남과 비강남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분절화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고가주택 밀집 지역이 세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결과적으로 중저가 지역의 전세난 등이 더 심화하는 이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보유세 개편의 핵심이 되는 과세 기준 변화에 대해서도 신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보유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지만, 여전히 다주택자를 증세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가 쉽게 기준을 변경하지는 못할 거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