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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다시 높인 데 이어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AI 투자 둔화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한층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비교적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파벳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119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1169억달러를 웃돈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08억달러로 30%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34%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AI 투자 성과와 향후 자본지출(투자) 계획에 쏠렸다. 우선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기업용 AI와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급증한 248억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부문 영업이익은 88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35.6%까지 높아졌다. 고강도 투자가 실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동시에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했다. 전망치 중간값 기준으로는 185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높아진 것이다. 지난 연말 제시했던 1750억~1850억달러에서 두 분기 연속 상향 조정됐다.
내년 투자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해 내년 자본지출이 올해보다 ‘상당히(significantly)’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벳의 2분기 자본지출은 4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투자 대부분은 서버와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등 기술 인프라 확충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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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A 주가 추이 |
증권가는 자본지출 확대 배경이 단순한 경쟁적 투자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구글은 자체 데이터센터 증설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외부 컴퓨팅 용량까지 활용할 계획이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며, 제삼자 컴퓨팅 용량 확대 계획에서 이를 명확히 확인했다”며 “자체 데이터센터 증설만으로 부족해 외부 컴퓨팅 용량까지 동원한다는 것은 수요 강도가 자본 투입 속도를 앞서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률은 수요가 아닌 공급이 결정하는 구조로 진단한다”며 “자본지출 확대의 근거가 수요라는 점이 데이터로 뒷받침된 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클라우드 수주잔고는 5100억달러선으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향후 24개월 안에 매출로 인식될 전망이다.
특히 자체 연산 용량만으로는 부족해 외부 자원까지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됐다.
이는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우호적인 재료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도 뒷받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주는 AI 투자 둔화와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 우려가 겹치며 조정을 받아왔다. 알파벳의 투자 가이던스 상향은 적어도 수요 둔화에 대한 시장의 가장 큰 우려 하나를 덜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즉각 반도체 종목에 대한 매수 의견을 강조하고 나섰다. KB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구글 AI 생태계의 최대 수혜주”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0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구글을 포함한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AI 시장 선점과 수요 급증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AI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향후 3년간 빅테크 업체들은 멈출 수 없는 AI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투자 확대에 따른 빅테크의 현금흐름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58억6000만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 분기당 240억달러를 웃돌았던 FCF는 올해 1분기 1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이를 곧바로 AI 투자 여력의 고갈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파벳이 영업현금흐름뿐 아니라 부채와 자본 조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현금흐름 악화가 당장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상향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 재원을 영업현금흐름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빅테크가 현금을 소진하더라도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해 자본지출을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AI 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는 다소 낮아졌지만, 투자 재원을 외부 조달로 넓힐수록 금리와 신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리스크의 무게중심이 ‘빅테크의 AI 투자 중단’에서 조달비용과 재무건전성 등 ‘크레딧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황 연구원은 “이제 AI 투자는 단순한 현금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최적 자본구조의 문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금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던 2023~2024년과 달리 앞으로의 AI 자본지출은 금리 수준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실적은 AI 투자 사이클이 조기에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클라우드 성장률이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고 수익성까지 개선된 만큼, 자본지출 확대가 무리한 선투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이 하이퍼스케일러 실적 시즌의 첫 단추를 비교적 무난하게 끼운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 기업까지 데이터센터와 AI 투자 확대 기조를 확인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피크아웃 우려가 더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현금흐름 악화와 투자 효율성 우려가 주목받으면 반등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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