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先비핵화 폐기→先평화 전환…북핵 우선중단 전략 마련중”

“평화체제 논의 착수해 북핵 중단 여건 조성…상응 대가도 제공”
“李대통령 ‘北주권 존중’ 언명…‘평화적 두 국가’와 같은 맥락”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당정 협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는 전 정부의 선(先)비핵화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사실상 폐기하고 선평화론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취임 1년(25일)을 앞두고 통일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가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유는 이 시간에도 북의 핵 증강 노력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것을 차일피일 시간을 천연(遷延)해서는 되겠는가가 통일부의, 그리고 정부의 문제의식”이라고 짚었다.

정 장관은 “초강대국인 미국, 중국도 선비핵화를 사실상 폐기했으며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빅터 차도 선비핵화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선비핵화를 외쳐온 것은 다분히 국내정치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과 끊어진 대화를 잇는 것이 먼저이고, 입구에 선비핵화를 갖다 놓고는 대화가 안 열린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 바로 선비핵화론 폐기와 선평화론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비핵화 이전이라도 (북한이 핵 증대를) 우선 중단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해주는 방식의 현실적 해법을 통일부가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우선 착수해 북핵 중단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하여,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3단계’ 북핵 해법을 제안한 바 있다.

올해 6월 언론브리핑에서도 이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현재 추가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 것, 중단하는 것과 핵 물질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는 것, 더 이상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하지 않는 것, 쉽게 말해 중단하는 것만 해도 국제사회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북미 대화 재개 전망에 관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 그 계기가 역시 관건적 시기”라며 “그때 뭔가 일이 일어나려면 (우리가) 8~9월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이달 말 부임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이행전략으로 ‘통일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를 제시한 것을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로 꼽으면서, 이를 북한의 ‘적대적 두 외국관계’를 극복하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달 초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행사에서 북한의 체제 존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권 존중’까지 언명했다”며 “이는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기는 했지만,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은 없다.

정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러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우리도 한러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올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어떤 수준이 될지 모르지만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단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통일부는 민간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며, 충청북도의 민간단체가 충북도와 종자·농약 등 농업 지원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은 ‘보호·관리 대상’에서 ‘성장·자립 주체’로 전환하려 노력했다며 그 일환으로 도입한 ‘북향민’ 호칭을 널리 사용해달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정 장관은 국가보안시설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담장의 철조망을 최근 모두 걷어냈으며, 독지가 양한종 선생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최신형 휴대전화, 일명 ‘양한종 폰’을 다음 달부터 지역사회로 나가는 하나원 수료자 전원에게 지급한다고 공개했다.

한편 정 장관은 앞서 이날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북한학 전공자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학 연구 생태계 활성화에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 장관은 “남북협력기금법 시행령을 고쳐 평화경제특구 조성과 북한학 연구 생태계 복원에 지원하려 한다”며 “통일선도대학을 늘리고 석·박사 연구자들에게 장학금도 대대적으로 지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