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전카드’ 현실화하나...미군 특수부대 중동 증파·폭격기 경계태세·의무병 150명 유럽 이동

악시오스 “B-1 폭격기도 재투입”
트럼프 “미군 살해 때마다 몇배 대가”
“선박 1척 공격시 교량 등 1개 파괴”
‘홍해 도발’ 후티 대응 포석도

지난 15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북부 국경 지대인 에스메랄다스주 산로렌조에서 미군 병력이 해상 통제 작전에 참여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이 대(對)이란 군사 대응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해 중동에 병력과 의료진, 첨단 무기를 대거 증강 배치하고 있다. 지난 주말 요르단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이 군사력을 빠르게 증강하면서 이란과의 확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 강력한 군사적 대응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장거리 전략폭격기 B-1을 동원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목표물을 타격했다.

미국이 최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재개된 이후 B-1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대이란 군사작전의 강도와 범위를 한층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본토에 주둔하던 특수작전부대가 중동으로 이동했다. 중동 전역에는 전투기 편대가 전진 배치됐으며, 미국과 영국 기지에 배치된 장거리 폭격기들도 추가 작전에 대비해 고도의 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란트슈툴 지역의료센터에는 최근 의료진 150여명이 추가 투입됐다. 이 병원은 중동 지역에서 부상한 미군 장병을 치료하는 핵심 의료시설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거행된 미군 유해이송식에서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앞서 17일 요르단 미 공군기지에서 이란 미사일이 숙소 막사를 강타해 미 육군 방공여단 소속 장병 3명이 숨졌다. [EPA]


이번 병력 증강은 지난 주말 요르단에서 발생한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WSJ는 전했다.

미군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12일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이란 국영 매체 등은 이날 새벽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州)의 주도 아바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아바즈에서 남쪽으로 80㎞가량 떨어진 람시르 외곽에는 미군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호르모즈간주(州)의 시리크와 남부 부셰르 인근에서도 폭발음이 보고됐다. 시리크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해안 미사일 기지와 통신 타워가, 부셰르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으로, 휴전 협상이 결렬된 후 미국은 해당 지역을 지속해서 공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2일 트루스소셜에 “현시점부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사일, 로켓, 드론, 또는 그 밖의 어떤 장치나 무기로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의) 교량 또는 발전소 1곳을 폭격해 파괴하겠다”고 게시했다. 그는 폭격 대상인 교량·발전소가 “수도 테헤란에 있거나, 인근에 있는 것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협상단을 이끌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의 방어 원칙은 명확하다. 눈에는 눈”이라고 응수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와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조지프 보텔 예비역 대장은 “이번 병력 증강이 곧바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핵심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가능한 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중동과 유럽에 수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전단 2개를 포함해 군함 17척, 구축함 11척, 해병대 원정부대를 중동에 운용 중이라고 WSJ는 짚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중동 담당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데이나 스트롤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군사력을 증강할 때마다 실제로 이를 사용했다”면서도 “현 이란 체제가 유지되는 한 군사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모든 미사일과 드론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공군력과 해군력만으로는 이란의 근본적인 전략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