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이’가 살린줄 알았는데…문구점, 1년새 300개 닫았다 [언박싱]

말랑이 열풍에 한때 북적…문구 찾는 손님 ‘뚝’
쿠팡·다이소에 밀리고, 학교 준비물 수요 끊겨
“영세 문구점 위한 지역인증제 확산을” 목소리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의 모습. 강승연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가게마다 좌판에 잔뜩 깔린 ‘말랑이’가 눈에 띄었다. 거리는 말랑이를 사러 나온 소비자들로 붐볐다. 친구, 연인,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샘플을 만져보며 흥정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일본어, 중국어부터 몽골어까지 들렸다.

말랑한 촉감의 장난감 말랑이 열풍이 불면서 거리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문구점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말랑이를 비롯해 ‘왁뿌볼’, ‘키캡’ 등 SNS발 장난감 열풍이 ‘반짝 유행’으로 끝나면 소비자들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창신동에서 30년 가까이 문구점을 운영해 온 정현주(63) 씨는 “젊은 층이 많이 오고 소비가 많이 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말랑이나 포켓몬카드만 나가고 정작 문구는 안 팔린다”며 “다이소로 손님이 몰리는 데다 학용품도 학교에서 지급하니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 앞 추억’이었던 문구점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문구점 사업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9898명으로 1년 전(1만199명)보다 301명 감소했다. 문구점 사업자 수는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2017년 1만명이 꺾였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무인 점포가 확대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에는 1만명을 회복해 지난해 말까지 1만명대를 유지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의 한 문구점에서 소비자들이 ‘말랑이’를 구경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그러나 2011년 시작된 학습 준비물 무상 지원 제도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직격탄이었다. 실제 초·중·고 학생 수는 2016년 588만명에서 2025년 502만명으로 10년간 14.6% 감소했다. 대형마트부터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까지 문구류를 판매하며 경쟁 채널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문구점들은 완구나 간식 등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영세 사업자들이 제때 대응하기는 벅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준비물을 지원해주니 학용품보다도 완구, 간식이 더 중요한 상품”이라며 “하지만 핵심 고객인 초·중학생들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간식은 유통기한도 신경써야 해 수익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전통 문구는 쿠팡, 다이소와 경쟁 자체가 어렵고 학습 준비물 지원제도로 인해 영세 문구점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조합원사도 10년 전 300여곳에서 100곳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학습 준비물 입찰에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학교 주변 문구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문구점 인증제’ 도입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의 한 문구점에 촉감 완구 ‘말랑이’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