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파트도 외상이 되나요?


된다. 그것도 15억원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 분당구 양지마을 아파트를 팔면서 매수인에게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화제다. 통상 금융회사 담보대출이 실제 대출액의 120%를 채권 최고액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에게 빌려준 돈은 1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매가 29억원의 절반 가까이 ‘외상’으로 넘긴 것이다.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마저 이를 보도했을 정도니, 일반적이진 않다.

집을 파는 사람이 자금 융통이 어려운 매수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은 고가 주택 시장에서 대출과 세제 규제가 강해질 때 나타나곤 했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빨리 팔아야 하는 이와 대출 규제에 걸려 돈을 못 빌린 매수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뤄진 것이다. 거액이 오가는 만큼 서로의 신원이 확실하고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셀러 파이낸싱’에 대해 “매수인 사정으로 근저당이 설정됐고 곧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인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빌린 15억원가량을 기존 거주하던 집의 잔금을 받을 때까지 단기간 빌린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에겐 이 거래가 낯설다. 15억원의 자금은 아무리 단기간이라 해도 가족에게도 빌려주기 어려운 금액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돈을 떼먹을 사기꾼을 만날 확률은 희박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돈은 잃기 쉽다.

매도 시점도 절묘하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지마을은 빠르면 이달 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부터는 ‘ 5년 거주·10년 보유’ 요건을 채워야 매수인에게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있는데, 김혜경 여사는 ‘10년 보유’ 여건을 채우지 못했다. 2018년 대통령으로부터 아파트 지분 절반을 증여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부부가 선한 의도로 집을 사는 이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보장해 주기 위해 돈을 꿔줘서라도 판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되지 않는 매물은 투자가치가 없어서 아무도 사지 않는다. ‘매도 골든타임’이 임박했던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매도기는 주택 시장 규제가 시장을 어떻게 비트는지 보여준다. 시세보다 싸게 집을 내놨는데 팔리는 데 넉 달이 걸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수자는 4개월 내 실거주해야 하는데, ‘세 낀 집’의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을 받으려면 무주택자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9억원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현금을 27억원 모아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찾기 어렵다. 결국 대통령의 집은 임대차 계약 만료 3개월 전 ‘유주택자’가 갈아타기로 매수했다. 그러면서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은행에서 대출이 안 돼 대통령에게 돈을 꿀 수 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은행 대신 돈을 빌려줄 ‘사적 네트워크’가 없을 뿐이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사상 첫 부동산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대통령은 경청을 내걸었다. 이 자리에서 평범한 이들이 쏟아내는 저마다의 사정이 잘 헤아려지길 기대해본다.

성연진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