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도 파괴 못해…트럼프 “곧 타격” 위협한 이란 ‘곡괭이산’ 정체 [세모금]

이란 주요 핵시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을 조만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우리가 공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며 “보통이라면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만약 그들이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절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중동내 모든 미국 및 동맹국, 배후세력의 자산까지 타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천명했다. 대체 이란의 곡괭이산은 어떤 곳이길래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최후의 압박 수단으로 언급하는 것일까.

곡괭이산은 어디에 있나


곡괭이산은 서방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새로운 지하 핵시설로 의심하는 곳이다. 이란 중서부 지역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서남쪽으로 약 2km 거리에 있다. 현지에서는 산의 모양을 따 ‘쿠헤 콜랑(곡괭이산)’이라고 부르고, 이 지역을 두루 포함해 ‘쿠헤 콜랑 가즈 라’라고도 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곡괭이산 정상은 해발 약 1608m에 위치하며, 핵시설은 산 아래 약 90m 이상 깊이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지형적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란이 화강암으로 된 이 산의 지하 80~100m 아래 꽤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을 건설한 게 아니냐고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2020년부터 공사가 시작됐으며 아직 가동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6월 공습 이후에도 공사가 계속됐고, 최근에는 외곽을 둘러싼 보안벽 공사가 완료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에는 동쪽 터널 입구 두 곳이 콘크리트 등으로 보강됐고 일부는 흙으로 메워졌는데, 이는 향후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샘 레어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터널 입구를 보강하면 벙커버스터와 같은 관통폭탄으로 공격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2020년 이 시설이 원심분리기 생산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나탄즈 핵시설 단지 내 지상에 있던 원심분리기 조립식 공장이 원인 불명의 화재로 크게 손상되자, 이를 이스라엘의 사보타주(파괴공작)라고 본 이란 당국이 더 안전한 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3월 이란 나탄즈 인근의 지하 핵시설을 타격한 이후의 모습. 타격 이전의 모습을 담은 왼쪽 사진에 보이는 건물 한 동(오른쪽에서 네번째 건물)이 타격 이후(오른쪽 사진) 사라졌다. 이스라엘은 해당 시설이 핵무기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로이터]


이후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당시 이란 원자력청장은 “나탄즈 인근 산속에 더욱 현대적이고 규모가 큰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초고속으로 회전시켜 농축하는 장비로, 원자력발전용 핵연료 생산에 필수적인 설비다. 다만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훨씬 높은 수준의 우라늄 농축과 추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IAEA의 곡괭이산 시설 접근은 현재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이란은 이전부터 곡괭이산에서 핵 관련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며 “가장 민감한 핵시설을 모두 지하로 옮기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가동 중인가


ISIS는 최신 보고서에서 “시설은 아직 가동되지 않았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위성사진만으로는 언제 가동될지, 또 이란이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을 실제 설치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향후 이란이 원심분리기 생산능력을 다시 구축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소규모 조립시설을 곡괭이산에 설치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처음 폭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현재 특별한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창문에 커다란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적 표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미국은 어떻게 공격할 수 있나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이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에 있는 지하 핵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 터널들 입구를 촬영한 위성 영상. [로이터]


미군은 지난해 6월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할 당시 약 13.6톤급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산악지대를 관통하고 원심분리기 시설을 무력화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곡괭이산 시설은 워낙 깊숙이 건설돼 있고 암반이 단단해 미군이 보유한 초대형 벙커버스터로도 완전한 파괴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중 폭격은 효과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난해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핵 프로그램을 1~2년가량 지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지만, 그 결론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ISIS는 “이 시설은 공습보다 지상군 침투나 사보타주 작전에 더 적합한 목표”라면서도 “공중에서 투하하는 심층 관통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취약 지점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보타주 작전(sabotage operation)은 적이나 상대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시설, 장비, 보급, 통신, 생산 등을 은밀하게 방해하거나 파괴하는 작전을 말한다.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미·이란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이를 재검토하는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샘 레어 연구원은 “이란이 곡괭이산에서 계속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동시에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방어시설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의 주요 핵시설은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인 나탄즈(Natanz), 지하 요새화된 포르도(Fordow), 그리고 상업용 원전인 부셰르(Bushehr) 등이 있다. 포르도는 고농축 우라늄(60% 이상) 생산이 이뤄진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방호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부셰르는 페르사아만 연안에 위치한 이란 내 유일한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산에 따르면 이란은 이런 시설들을 통해 60% 농도의 준무기급 농축우라늄을 약 440~450kg 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추가 농축 시 핵무기 9~10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