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인상·갱신제’ 칼 빼든 정부…카지노업계는 ‘반발’

기금 부담 매출의 10→15% 상향
5년 면허 갱신제·사전인가제도 추진
업계 “기금 부담 높아 경쟁률 떨어져”
‘이중규제’ 가능성…정부 “정상화 일환”


인스파이어 카지노 내부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정부가 30년 만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을 인상하는 등 카지노 산업에 대한 현행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업계는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산업 성장에 따른 제도 정상화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기금 상한 15%로 상향…5년 갱신제 추진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카지노 총매출액의 10%인 기금 부담률 상한을 15%로 높이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시행령은 연 매출 10억원 이하 1%, 1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5%, 100억원 초과 10% 등 사업장별로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을 누진 구조로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법률상 상한을 15%로 올린 뒤 기존 10% 구간 위에 최고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 매출 기준은 업계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5년 단위 카지노 면허 갱신제와 사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별도 갱신 없이 영구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갱신제가 사업자에게 새로운 조건을 부과하는 제도가 아니라 최초 허가 요건이 계속 유지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사전인가제 역시 사업권 거래 과정에서 불법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수준의 관리 체계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내용의 제도 개편안이 알려지자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협회 측은 “국내 외국인 카지노는 내국인 입장을 허용하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내수 기반이 없다는 제약이 있다”며 “글로벌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가 특히 반대하는 것은 적자 여부와 무관하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기금 구조다. 일반적인 부담금이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카지노업은 적자 상황에서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금을 부담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카지노 사업자 17~18곳 중 절반가량이 매년 영업 적자에 시달렸지만, 기금을 납부해야 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2020~2023년에도 업계는 290억원의 기금을 납부했다.

협회는 “개별소비세(매출의 2~4%)와 법인세, 지방세까지 부담하는 상황에서 기금 비율마저 15%로 오르면 코로나19 여파에서 겨우 벗어나 정상화를 추진 중인 업체들의 파산을 재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5년 갱신제는 과잉 규제” 목소리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갱신허가제를 둘러싼 반발도 기금 부담률 인상 못지않게 거세다. 국내 카지노업은 1994년 이전에는 3년 허가갱신 제도로 운영됐으나, 1994년 관광진흥법 개정 이후 재허가 요건을 충족한 업체에 한해 유효기간 제한 없는 허가 체제로 전환됐다.

협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갱신허가제 도입은 기존 사업자의 정당한 신뢰를 훼손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며 “5년마다 허가 취소 위험에 노출되면 고용 불안이 상시화되고 대규모 장기 투자가 위축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강원랜드나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과도한 차별적 규제라고 주장한다. 이미 2015년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주요 법령 위반 시 1~2차 처분만으로 사업 정지 3개월 및 허가취소가 가능한 만큼, 갱신허가제는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인스파이어와 롯데관광개발 등은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 차질까지 우려하고 있다.

2030년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규제만 강화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는 “주요 경쟁국들은 내국인 시장을 개방하거나 자율성을 존중해 산업을 육성하는 반면, 한국은 규제 강화만 고수하고 있다”며 “갱신허가제와 관광기금 비율 상향안을 즉시 철회하는 한편, 정책적 육성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증권가의 전망도 어두웠다. 최고 부담률 15%가 일괄 적용될 경우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GKL 등 카지노 3사의 의 추가 부담액은 900억~1000억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연간 20~3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체부 “30년간 매출 10배 성장…정상화 조치”


인스파이어 카지노 내부


문체부는 정책 변화에 따른 업계의 추산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설되는 고매출 구간에만 인상된 부담률이 적용되는 만큼 “추가 부담액 900억원 이상”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문체부 측 설명이다.

“영업이익 대부분을 기금으로 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금은 영업비용으로 매출에서 차감되는 항목이라며 선을 그었다. 매출 기준 부과가 영업이익 조정을 통한 기금 부담 회피를 막는 글로벌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카지노업이 엄격히 금지된 산업을 관광진흥 등 공익적 정책 목적을 위해 국가가 예외적으로 일부 민간사업자에게 허가한 관광사업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기금 납부율 상향이 당초 입법 취지를 되살리는 정상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측 관계자는 “1995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사업장 13곳 가운데 6곳이 매출액 100억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넘는다”며 “30여년 사이 전체 외국인 카지노 매출액은 10배 이상, 평균 매출액은 7배 이상 커져 기존 제도가 누진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지노 사업자의 납부금은 일반 세원이 아니라 출국납부금과 함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원으로 조성돼 여러 관광사업 분야에 재투자된다”며 “이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외래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다시 카지노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