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다보니 집값 오른건데” 초고가 기준 30억되면 ‘한강벨트세’ 된다 [부동산360]

“종부세 없던 동네 긴장”…30억되면 한강벨트 술렁
“‘선량한 중산층’ 피해…취득가격도 따져야”


서울 서초우체국에서 관계자가 종부세 고지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23일 열리는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과세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과세 대상이 강남권에 집중될지, 한강벨트 8개구(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구) 전역으로 확산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를 앞두고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조세 제도 역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기초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될 수 있게 하겠다”며 세제 개편 의지를 밝혔다. 정부도 이에 맞춰 이달 말 부동산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한시 인하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초고가 주택 기준선이 시세 30억~5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결과, 시세가 50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총 2만9969가구로 서울 전체 아파트 146만9011가구의 2.0%로 집계됐다.

50억원을 과세 기준으로 설정하면 대상 주택은 강남권과 용산에 집중될 전망이다. 5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를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1만4855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만315가구, 용산구 2388가구, 송파구 1023가구 순이었다. 이들 지역이 서울 전체 50억원 초과 아파트의 95.4%를 차지하는 만큼 사실상 ‘강남세’가 된다.

반면 기준선을 30억원으로 낮추면 과세 대상은 한강변 전역으로 넓어진다. 영등포구에서는 7308가구가 30억원을 넘었고 양천구 5373가구, 성동구 2732가구, 광진구 1261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만 1만7465가구가 분포해 전체 30억원 초과 아파트의 10% 넘게 차지했다. 초고가 주택 기준이 시세 30억원 선으로 정해질 경우 한강벨트 거주 가구도 상당수 포함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강벨트 주요 단지에서도 30억원을 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이뤄진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총 1918건(7월 22일 기준)이었다. 이 가운데 강남3구와 용산구, 한강벨트 이외 지역에서 이뤄진 거래는 종로구 9건과 중구 1건 등 10건에 그쳤다.

자치구별로는 ▷강남(625건) ▷서초(485건) ▷송파(482건) ▷용산(153건) ▷영등포(68건) ▷양천(44건) ▷성동(21건) ▷광진(11건) 강동(11건) 종로(9건) 마포(4건) 동작(4건) 중구(1건) 이었다.

광진구 자양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광진구에는 과거 아파트가 30억원을 넘는 경우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신축 대형 평형이나 재건축을 앞둔 단지에서 30억원을 넘는 거래가 나오고 현재도 호가는 30억원을 넘는 단지가 적지 않다”며 “기존 종합부동산세조차 걱정하지 않던 동네에서 초고가 주택 과세까지 단번에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주택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실제 소득이나 현금 흐름이 늘지 않은 장기 보유 1주택자까지 과도한 세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이나 한강변 고가 주택 보유자라고 해서 모두 투기 이익을 실현한 것은 아니다”며 “오래전 5억~10억원에 매입한 주택이 현재 70억~80억원으로 평가되더라도 처분하지 않았다면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것이 아닌 평가이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 보유세를 과도하게 부과하면 소득이 많지 않은 장기 보유 1주택자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해외에서는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의 상승 폭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며 “우리도 1주택자 과세를 논의할 때 현재 시세뿐 아니라 취득가격과 보유기간, 소득 수준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