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막혀 입주 못 할 판” 대출 규제, 분양시장까지 덮쳤다 [부동산360]

수도권 신축도 ‘잔금대출’ 오픈런
미리 약정하는 집단대출도 총량 조절
23일 부동산토론회서 논의될 듯


서울아파트 전경. [뉴시스]


“저는 2023년 청약에 당첨된 수분양자에요. 제가 입주하는 아파트가 규제지역도 아니고요. 근데 왜 대출 총량규제의 영향을 받아야 하죠? 입주 시점도 제가 정한 게 아닌데…”

경기도 수원시의 한 청약당첨자 K씨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수도권의 한 역세권 신축 아파트에서 최근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 포모(FOMO·뒤처지거나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가 번지고 있다. 중도금·잔금 납부를 위해 시공사와 제휴된 은행들이 “잔금대출을 선착순으로 접수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개인대출 뿐 아니라 집단대출 접수마저 선착순으로 운영하거나 조기 마감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면서 모든 종류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대출 입주를 앞둔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2000세대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의 잔금 접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날 한 시중은행은 “한도가 소진됐다”며 반나절 만에 잔금대출 접수를 마감했다. 다른 은행도 ‘선착순 마감’ 입장을 밝히면서,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할까봐 ‘패닉’에 빠졌다.

권선구는 수원 중에서 유일하게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다. 대출 한도가 주택담보비율(LTV) 70%까지 적용되는 비규제지역(수도권은 6억원 한도)이지만,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자 사실상 규제지역과 다름 없게 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토론회에서 잔금대출 정상화를 위한 의사발언을 요청할 예정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소재한 한 신축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 기관까지 ‘선착순으로 잔금대출 접수를 받겠다’고 선언해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선 대출 ‘오픈런’ 전쟁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취급되는 집단대출은 사업장단위로 미리 약정한 뒤 공사 진행이나 입주 일정에 따라 자금이 실제 집행되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맞춰야 하는 금융기관이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미리 약속된 집단대출까지 한도를 조절하면서 주택공급의 주요 역할을 하는 분양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는 총 6만호에 가까운 공급이 수도권에 예정돼 있다.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총 5만8365호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진행됐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예정 입주 물량이 7만7761호에 달하며, 2028년에도 3만2617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대출 총량제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상반기에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는 잔금대출을 일으켜 무사히 입주하고, 하반기 입주자들은 그러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신축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금융기관별 대출 총량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투기 목적의 투자자가 아니라, 이미 수년 전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만을 기다리는 무주택 실거주 수분양자들”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잔금 회수가 지연되면 자금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시공사는 수년 전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가 지급하는 잔금으로 공사비와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게 되는데, 입주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중소건설사에게 수분양자의 잔금납부가 주요한 자금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