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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높은 의료비와 복잡한 진료 절차, 의료 현장에서의 편견 등에 지친 미국 흑인 여성들이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치과 진료를 위해 멕시코를, 처방약을 위해 캐나다를 찾던 미국인의 의료관광 흐름이 최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종합 건강검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미국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는 산부인과와 피부과, 갑상선 진료를 비롯한 종합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조적인 의료 불평등과 높은 진료비, 복잡한 전문의 의뢰 체계 등으로 필요한 검사를 제때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환자와 국내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예방 건강 플랫폼 ‘하이메디’는 “최근 몇 년간 미국 흑인 여성들의 종합 건강검진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며 “단순 미용이 아닌 산부인과·갑상선·심혈관 질환 등 진단 장벽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정밀 검진 수요가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중증 질환을 발견한 사례도 소개됐다.
비영리단체 ‘버던트 어스’ 대표 아주아 아갸퐁씨(36)는 지난 4월 서울의 한 의료기관에서 600달러(약 8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종합검진을 받다가 지름 10㎝에 달하는 자궁근종을 발견했다. 그는 미국에서 매년 정기검진을 받았지만 해당 질환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한국에서는 초음파 검사와 MRI를 통해 당일 진단을 받았다.
아갸퐁씨는 “의료진이 정말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쳤다. 미국에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따뜻한 공감과 배려였다. 정말 천지 차이”라고 감동했다.
뉴저지 출신 브랜드 전략가 엘리자베스 오푸타씨(42)와 필라델피아의 변호사 푸미 에카토씨(35)도 미국 의료기관에서 경험했던 증상 축소와 편견 대신, 환자의 피부색과 상태를 세심하게 고려하는 한국 의료진의 진료 방식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한국 의료의 예방 중심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미국 의료가 질병 발생 이후 치료에 초점을 맞춘 구조라면, 한국은 국가 건강검진 제도와 기업 검진 문화 등을 기반으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의학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혈액검사와 심혈관·갑상선 초음파, 암 검진, 전문의 상담 등을 하루 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역시 해외 환자들에게 강점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23년 61만명에서 2024년 11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1만명을 넘어섰다.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다만 가디언은 해외 의료관광이 항공료와 체류비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가능한 선택지라는 점에서 미국 내 흑인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인 의료 불평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빠른 검사와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 환자를 존중하는 진료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K-의료의 경쟁력이 성형이나 미용 시술을 넘어 종합 건강검진과 예방의학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신속성과 가격 경쟁력, 체계적인 검진 시스템이 해외 환자를 끌어들이는 새로운 강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