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로 표적 옮긴 미국…무력충돌 격화 속 ‘유가 120달러’ 우려

호르무즈 위협하는 남부 군사시설서
중부 핵 시설로 美 공습 표적 확장
이란 “핵 시설 공격시 중동 타격” 엄포
골드만삭스 “올해 4분기까지 호르무즈 막히면 유가 120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이란의 핵 시설이 이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픽액스산)을 타격할 것이라 말했다. [UPI]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 중부의 곡괭이산(픽액스산)을 다음 공습 대상으로 지목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남부 해안 지역 군사 시설에 집중했던 공습이 핵 시설로 그 대상을 넓히는 양상이다. 이란이 핵 시설 공격시 미국과 동맹국들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 반발하면서 쿠웨이트의 레이더 기지 등 중동 국가들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올해 4분기까지 갈등이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이란이 곡괭이산 지하 깊숙한 곳으로 핵 시설을 옮겼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해당 지역 공습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조만간(pretty soon) 그 지역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핵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우리는 매우,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란이 곡괭이산으로 핵 시설을 이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그랬을 수도 있다”면서 “핵 물질이 없다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곡괭이산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약 1마일(1.6km) 떨어진 곳으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2020년부터 이곳에 원심분리기 공장을 세울 계획을 준비해왔다. 해당 지역의 용도 등을 살피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주권 침해라 반발하며, 사찰을 거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공습 대상이 핵 시설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미국은 휴전 및 종전협상 국면이 깨진 직후 공습을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위협이 되는 남부 해안 지역의 군사 시설이나 이란군이 활용하는 교량, 철도 등의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핵 연구단지가 있는 이스파한 등 핵 시설로 공습 대상을 넓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최고 합동군사사령부가 이날 핵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이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날 쿠웨이트의 레이더 시설 등 중동 지역 국가 대상으로 공습을 강화하며 미국과 극렬히 대치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 우려는 더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휴전 결렬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7척으로 집계됐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사우디 유조선 2척이 방향 돌려 수에즈 운하 쪽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이 같은 상황이 올해 4분기까지 지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2.01% 상승한 배럴당 91.01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4.91달러로 전장보다 2.02%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시기인 지난달 10월 이후, WTI는 지난달 11일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