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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순천시 봉화산 인근에서 발견된 꽃사슴.[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유해동물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 전라남도 순천시에 거주하는 박모(34) 씨는 최근 봉화산 주변을 산책하다가, 눈앞에서 야생 꽃사슴을 발견했다. 평소 보기 힘든 모습에 사진을 촬영한 박 씨는 이를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그런데 한 지인으로부터 최근 꽃사슴이 ‘유해동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씨는 “꽃사슴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동네의 자랑 아닌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했는데, 갑작스럽게 유해동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며 “유해동물은 포획하거나 사살해서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하는데, 정말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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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사슴 무리가 제주시 용강동 제주마방목지에서 활동하고 있다.[연합] |
예쁜 외모를 가진 대표적인 동물로 여겨지는 ‘꽃사슴’. 흔히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야생 곳곳에 분포해 있다.
물론, 오랜 기간 한반도에서 살아온 야생 개체군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녹용 생산이나 관상을 위해 외국에서 데려온 뒤, 사업 종료 등 이유로 방치된 개체가 야생에 자리 잡은 결과다.
문제는 꽃사슴 개체수가 점차 늘어나며, 농작물과 산림 관목을 먹어 치우는 등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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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순천시 봉화산 인근에서 발견된 꽃사슴.[독자 제공] |
올해 꽃사슴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것 또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피해 발생 지역에서 즉각적으로 꽃사슴의 개체수를 줄이겠다는 것.
하지만 꽃사슴 사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초 인간의 잘못으로 야생에 자리 잡은 만큼, 직접적인 개체 조절 외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 목록에 포함했다. 허가를 받아 포획하거나 사살할 수 있는 동물이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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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꽃사슴[국립생태원 제공] |
유해동물 지정의 계기가 된 것은 전남 영광군 안마도. 지난 2024년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안마도에는 약 1000마리에 달하는 꽃사슴이 살고 있다. 이는 1985년 마을 주민이 녹용 생산을 위해 들여온 10마리가 방치된 채, 40년 만에 90배 이상 불어난 것.
뚜렷한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꽃사슴은 빠르게 개체 수를 늘렸다. 그리고 농작물 피해 또한 촉발했다. 꽃사슴은 밭의 고구마·마늘·보리 등 농작물뿐만 아니라 풀과 새순, 나무껍질까지 먹어 치웠다. 자생 식물 고사 및 식생 파괴까지 유발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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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한라산 제주마 방목지를 찾은 꽃사슴 무리가 설원을 누비고 있다.[연합] |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관련 대책 발표를 통해 “고라니, 산양, 노루 등 토종 야생동물과의 먹이·서식지 경쟁으로 인해 고유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마도의 경우, 식물 생태계 파괴는 물론 최근 5년간 약 1억6000여만 원 규모의 농작물 피해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 꽃사슴 농가는 적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에는 전국 약 8000개 농가에서 사슴 17만마리를 기른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후 사료비 상승과 함께 값싼 수입 녹용 등과 경쟁이 시작되며, 사업성을 잃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후 방치된 꽃사슴이 우리를 탈출하거나 방사·유기되며 인근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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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 피해 등을 야기한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의 꽃사슴. [국민권익위 제공] |
비단 안마도 뿐만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5년 공개한 지자체 피해 사례를 보면 완도 당사도 약 600마리, 고흥 소록도 약 230마리, 제주 약 250마리, 순천 봉화산 일대 약 70마리, 창원 우도 약 30마리 등이 별도 집단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꽃사슴은 ‘가축’으로 분류됐다. 이에 농작물 피해가 있더라도 임의로 포획하기가 어려웠다. 야생동물 관리법에도 명확한 처리 근거가 없었다. 이에 지난 2023년 안마도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유해야생동물 지정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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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순천시 봉화산 인근에서 발견된 꽃사슴.[독자 제공] |
올해는 실제 포획도 이뤄지고 있다. 영광군은 올 초 안마도와 대석만도·소석만도·오도·횡도 등 5개 섬에서 활동할 엽사 24명의 기동구제단을 꾸리고, 1~4월과 10~12월 두 차례에 걸쳐 100마리 이상을 포획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획된 개체는 고온·고압으로 분쇄·멸균해 기름과 고형분으로 나누는 ‘렌더링’ 처리를 거쳐 퇴비나 사료 원료 등으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의회가 2025년 12월 꽃사슴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반영한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동물권 단체들은 생태·피해·사회·경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정이 포획과 살처분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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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한라산 제주마 방목지를 찾은 꽃사슴 무리가 설원을 달리고 있다.[연합] |
가장 주요한 반대 의견은 ‘살상 외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특히 인간의 관리 부실로 인해 야생화된 동물들을 다시금 살처분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돈이 될 때는 ‘가축’, 버려진 뒤에는 ‘야생동물’, 불편해지면 ‘유해동물’로 이름만 바꾸는 식의 대응이 지속된 데 따라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유해하다’는 낙인을 찍어 포획과 사살이라는 방식으로 관리하려 한다”며 “포획과 살생, 이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간편한 처리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유사한 문제에 대해 비살상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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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에서 포획된 멧돼지.[강동구청 제공] |
실제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울타리, 식물성 기피제 등을 활용해 농작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도 지난 1990년대 흰꼬리사슴 개체수를 관리하기 위해 중성화 프로그램을 운용해 밀도를 줄인 사례가 있다.
한편, 앞으로도 인간과 야생동물의 이익이 충돌하는 사례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야생과이 경계가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 도시화와 함께 산림개발,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발표된 도쿄농업기술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8년 이후 약 40년간 꽃사슴·멧돼지·일본원숭이·곰 등 대형 포유류 6종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모든 종의 서식 범위가 산악지역에서 농경지와 개발지역이 많은 저지대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속화되는 인구 감소와 기후 온난화는 이러한 종들의 서식지를 더욱 확장시킬 것으로 예측되며, 갈등을 완화하고 이들과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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