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개월 장고 끝에 3연임 제한 명문화
‘이사회 특별결의’ 추진 당국, 靑 의지에 선회
금융권 “주주의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반대 표명해
연임 의결요건 강화·클로백·세이온페이 도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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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금융지주 전경[각 사] |
[헤럴드경제=서상혁·김은희 기자] 정부가 약 8개월의 장고 끝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3연임을 법으로 제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CEO들이 ‘부패한 이너서클’을 꾸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는 등 현행 연임 규정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민간회사의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많게는 80%까지 이르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또한 정부의 연임 제한 법제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달 중 8대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지주 CEO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각 지주와 간담회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연말 금융권 CEO들의 장기간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의 지적 직후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안을 준비해 왔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CEO의 3연임(세 번째 임기) 제한 문구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아닌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항으로 두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려 했다. 민간 회사의 CEO 임기를 임의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리스크는 물론 글로벌 기준과 부합하지 않다는 내부 우려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밝힌 데다 금융지주 CEO들의 장기 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결국 3연임 제한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연임 제한의 법제화를 강조한 데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금융위와 금감원이 아직 제대로 된 보고나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힘을 실었다. 여당이 후반기 국회 원 구성에서 정무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관련 법안 처리 문턱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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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이같은 결론에 금융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의 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건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이다. 모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건 주주 가치를 띄우기 위해서인데, 지금 추진하는 방향은 그간의 기조와 다소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며 “주주들이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견제 장치를 먼저 도입해 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CEO의 임기까지 법으로 제한한 만큼, 앞으로 더 강한 규제가 나올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외인 주주들의 반발도 지켜볼 부분이다. 전날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5.82%~79.34%로 집계됐다.
실제 외국인 주주의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당국의 연임 제한 법제화에 부정적이다.
지난 5월 헤럴드경제의 서면 질의에 ISS는 “경영진 임기에 대한 고정된 규제적 제한보다는 ▷이사회의 독립성 요건 ▷정기적인 이사 재선임 절차 ▷투표를 통한 주주에 대한 명확한 책임 책임성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성과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되는 경직된 캡(상한)은 이사회의 재량권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본지 5월 27일자 ‘[단독]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금융지주CEO ‘연임 제한’ 법제화 사실상 반대’ 보도 참조)
반대로 금융권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금융회사에 공공성이 요구됨에도 CEO들이 이사회를 장악하며 의결 절차가 형식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 전직 금융위원장은 “그간 금융지주 CEO에 도전한 후보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에 여지가 있는 것은 맞지 않나”라며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연임 제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을 사례로 들기도 하는데 외국과 한국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CEO 3연임 제한 외에도 연임(두 번째 임기) 시에도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다. 클로백(Clawback)와 세이온페이(Say-on-Pay) 등 임원 보수 체계 개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 방안도 지배구조 개선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