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중복상장’ 지적에 모회사 상폐 첫 시도…행동주의 펀드와 정면 충돌

중복상장 지적에 모회사 상폐 첫 사례
행동주의 펀드 가격·절차 두고 반발


가비아 CI[가비아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클라우드 및 IT 인프라 전문기업 가비아가 중복상장 구조 해소를 위해 상장폐지에 나섰다. 모회사를 비상장화 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공개매수 절차와 가격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가비아는 맥쿼리자산운용과 손잡고 지난 21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 주당 4만8000원에 가비아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맥쿼리 측이 김홍국 가비아 공동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 24.4%를 인수하고 동일한 가격으로 일반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다.

가비아와 맥쿼리 측은 공개매수 목적을 ‘중복상장 해소 및 상장 구조 단순화’라고 밝혔다. 가비아는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을 영위하는 KINX를 비롯해 에스피소프트, 엑스게이트 등 코스닥 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밖에 가비아씨엔에스, 놀멍쉬멍, 후이즈 등 다수 비상장 계열사도 보유 중이다.

IB 업계는 이번 거래를 ‘모회사’ 상장폐지를 통해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는 첫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자회사를 상장폐지하거나 합병하는 방안이 일반적으로 거론되지만 가비아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이미 다수 상장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서 할인받고 있어 공개매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향후 다른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나 코스닥 상장사들은 가이드라인 발표 전부터 이같은 거래 구조를 실제 검토하고 있었다”며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충분히 설득했는지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 가격과 의사결정 과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주주 권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평가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 가비아 상장폐지 시도를 놓고 얼라인파트너스와 미리캐피탈 등 기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가격과 절차 모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비아 지분 14.3%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난 20일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오는 31일까지 가비아 이사회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더 유리한 조건 제시할 잠재적 인수후보 탐색 ▷공개매수 가격 공정성 검증 ▷독립적 특별위원회 설치 ▷매수인에 대한 정보 제공 과정과 이해상충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맥쿼리가 유통주식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김 대표 등이 매각대금을 재투자해 향후 맥쿼리와 공동 경영을 실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에 의한 폐쇄기업화 거래로 구조적 이해 상충 우려가 크다”며 “일반적인 제3자 M&A(인수·합병)보다 일반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투자사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도 이날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리캐피탈은 가비아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고 KINX 지분도 15% 이상 가지고 있다. 미리캐피탈은 보다 직접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했다. 미리캐피탈은 “공개매수 가격은 가비아의 기업 가치를 현저히 저평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사기업의 거래 배수를 감안한 주가는 최소 6만6200원”이라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소액주주 반발이 가장 큰 변수다. 통상 개인주주는 의견을 모으기 어렵지만 이번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며 “공개매수 성패와 향후 협상 과정도 앞선 상장폐지 사례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