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자 눈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카우스, 국내 첫 개인전

스페이스K 서울서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
신작 회화·조각 등 20여 점…갈등과 공존 조명
첨·컴패니언·어컴플리스 등 캐릭터가 곧 ‘뮤즈’


카우스 작가가 21일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린 카우스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친구나 이웃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순간마다 굉장히 다릅니다. 매우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을 수용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도 합니다.”

X자 눈을 한 캐릭터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카우스(KAWS, 브라이언 도넬리·52)의 한국 첫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FRIENDS AND NEIGHBORS)’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최된다. 오는 2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카우스의 신작 회화와 조각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카우스는 21일 스페이스K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제목 ‘친구, 그리고 이웃’은 나 자신에 대한 관계 또는 동네, 나아가서는 커뮤니티, 전 세계와 관련된 관계를 뜻한다”며 “이런 것들은 굉장히 쉽게 확장되고 축소될 수 있는 관계”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서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복잡한 관계인 ‘친구’와 ‘이웃’에 주목한다. 친구는 선택한 친밀함의 이름이고, 이웃은 우연히 가까워진 관계의 이름이다. 둘은 위로와 친밀함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갈등과 불편함이라는 상반된 감정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

카우스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작품에는 카우스의 대표 캐릭터들인 ‘첨(CHUM)’과 ‘컴패니언(COMPANION)’, ‘어컴플리스(ACCOMPLICE)’ 등이 등장한다. 특히 첨이 등장하는 신작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첨은 친구, 동료,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미쉐린 맨을 연상시키는 둥글둥글하게 부풀어 오른 신체가 특징이다.

캐릭터들은 작가에게 ‘뮤즈’의 역할을 한다. 카우스는 “표현하고 싶은 우주나 마음을 나타낼 때 캐릭터를 활용한다”며 “특히 첨은 볼륨감을 갖고 있어서 서로 밀고 당기고 넘어지는 감정을 표현할 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각 작품 ‘막상막하(NECK AND NECK)’(2026) 속 두 명의 첨은 서로의 목 가까이를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듯한 기묘한 대치를 벌인다. 각자의 감정을 몸 밖으로 드러내고,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역동적인 신체적 교류를 보여준다. 캐릭터들이 서로를 붙잡고 밀어내는 장면은 가까운 관계가 때로는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지만, 서로의 경계를 시험하는 긴장의 장이 되기도 함을 드러낸다.

과거 카우스의 작품에서 두 명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할 때, 주로 상대를 품거나 서로 기대는 모습으로 연대와 위로의 감각을 불러일으킨 것과 대조적이다.

카우스 ‘막상막하’. [스페이스K]


회화 작품 ‘빨간 공(THE RED BALL)’(2026)은 놀이터를 배경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 밀고 당기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두 캐릭터의 몸짓은 놀이와 다툼 사이를 오간다. ‘빨간 공’은 갈등의 원인 혹은 관계의 긴장을 암시한다.

작가는 “전시된 회화나 조소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긴장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것들은 상호 작용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의 일상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신작들은 기존 작업과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울타리가 쳐진 마당, 놀이터 같은 외부의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예전과는 달리 내부에 조금 노출감을 줬다. 침실이나 마당 같은 개인적인 배경도 볼 수 있다”는 부연이다.

카우스 ‘빨간 공’. [스페이스K]


전시장 가운데 놓인 ‘멀리 바라보기(THE LONG VIEW)’(2026)와 ‘그림자 측정하기(MEASURING SHADOWS)’(2026)는 박물관에 놓인 고전 조각처럼 좌대 위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멀리 바라보기’의 컴패니언은 한 쪽 다리를 올린 채 멀리 바라보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목이 뜻하는 ‘긴 안목’ 또는 ‘멀리 보기’는 빠르게 소비되고 지나가는 일상에서 고독과 불안, 관계의 간극을 곱씹어보게 한다.

‘그림자 측정하기’의 어컴플리스는 토끼를 연상시킨다. ‘공범’을 뜻하는 이름처럼 귀여움과 불안함, 친숙함과 기묘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림자를 측정한다’라는 제목은 측정하기 어려운 관계 속 불안과 거리감, 감정의 무게를 나타낸다.

카우스 ‘치유’. [스페이스K]


카우스는 갈등에 주목하면서도 위로화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치유(THERAPY)’(2025)는 열한 명의 첨이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를 앞에 들고 있는 작품이다. 각각의 캔버스는 서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바다 풍경을 이룬다.

작가는 “온라인에서 비전문가인 여성들이 모여서 미술 수업을 듣고 각자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고 시작한 작품”이라며 “당시 물을 떠올리고 바다를 그리게 됐다. 물은 언제나 마법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마다 다른 색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캔버스를 들고 하나의 바다를 완성하는 장면은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경험 속에서 치유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우스는 1990년대 뉴저지와 뉴욕 거리에서 그래피티와 광고 작업으로 출발해 회화, 조각, 그래픽, 아트 토이, 상품 디자인, 패션, 공공미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순수미술과 대중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어 왔다. 전 세계 관람객에게 하나의 아이콘이자 동시대 시각 언어가 된 그의 작품을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전시다.

친숙한 캐릭터 이면에 담긴 사랑과 우정, 외로움과 연대 같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초연결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가까운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