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학위, 장학금 모두 가짜…‘TOPIK 대리시험’ 무방비로 뚫렸다 [세상&]

중국 SNS 통해 대리시험·부정응시 광고
중국인 유학생 101명 적발, 300여명 수사선상
국내브로커 구속·대리 응시자 11명도 입건
위조신분증에 소형 이어폰·송수신기도 동원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는 응시생들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국내 대학 입학과 비자 취득·연장에 필요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을 부정하게 취득해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하거나 장학금을 받아온 중국인 유학생 101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리 응시자가 시험을 대신 치르거나 브로커 조직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조직적 부정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대는 대리시험을 의뢰한 유학생과 브로커, 대리 응시자 등 113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국내 브로커 남성 A(28) 씨를 지난 1월 29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소형 이어폰과 송수신기 등 부정 응시 장비를 공급한 전달책 2명과 중국인 총책도 추적 중이다.

토픽시험 대리 응시자가 시험장에 송수신기를 착용하고 들어왔다 적발된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대리시험을 의뢰한 중국인 학생들은 중국 SNS 샤홍슈(小红书)에 올라온 ‘TOPIK 고득점 보장’ 광고를 보고 총책과 접촉했다. 이들은 1인당 1만~3만5000위안, 한화로 약 200~800만원을 지급하고 대리시험이나 답안 전송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은 국내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의뢰자의 인적사항과 대리 응시자의 사진을 합쳐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고 의뢰자와 외모가 비슷한 응시자를 선발했다.

범행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어에 능통한 대리 응시자가 건당 약 80만원을 받고 위조 신분증으로 의뢰자 대신 시험을 치르거나 의뢰자가 직접 시험장에 들어가 첨단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답안으로 시험을 보는 식이었다.

이들은 감독관에게 제출할 휴대전화를 따로 준비하고 실제 범행에 사용할 스마트폰은 몸에 숨겨 반입했다.

시험이 시작되면 스마트폰으로 중국 화상회의 서비스인 ‘텐센트 미팅’ 앱에 접속한 다음 시험장 밖 브로커 조직이 불러주는 정답을 실시간으로 받아적었다.

장비는 목 아래에 부착하는 블루투스 송신기와 귀 안에 삽입하는 극소형 무선 이어폰이 이용됐다. 스마트폰으로 수신한 음성은 블루투스 송신기를 거쳐 무선 이어폰으로 전달됐고 응시자는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정답을 그대로 답안지에 썼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대리시험 접수하는 범행 영상[서울경찰청 제공]


구속된 브로커 A씨는 서울 소재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마친 졸업생으로 조사됐다.

그는 자신의 전공 지식을 이용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자동 로그인과 시험장 선점, 응시료 일괄 결제 등 시험 접수 전 과정을 관리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씨가 챙긴 범죄수익금은 2억원 상당으로 경찰은 이 중 1억5000만원 상당을 추징보전 했다.

입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관련자까지 합하면 부정한 방식으로 토픽시험을 보고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뢰자 상당수는 서울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일부는 부정하게 취득한 TOPIK 성적으로 국내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험감독관이 육안으로 신분증과 응시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현행 본인확인 방식만으로는 부정 응시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반 본인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험장에 금속탐지기를 배치하는 방안 등을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조직적이고 국제화된 TOPIK 부정시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관련 범죄에 대한 모니터링과 집중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