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CDS 18년 만에 최고…“AI 투자, 돈으로 못 바꾸나”

5년물 CDS 203bp로 2008년 집계 이후 최고
S&P도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실적 앞두고 수익화 우려 재점화
오라클.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오라클의 신용위험 지표가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규모 AI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결과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ICE 데이터 서비시즈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이날 오전 203bp(1bp=0.0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는 관련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라클 채권 원금 1000만달러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려면 매년 약 20만3000달러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나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손실을 보전받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수록 CDS 가격은 오른다.

오라클 회사채의 위험 프리미엄도 함께 뛰었다. 트레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가 활발한 2056년 만기 오라클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이날 8bp 오른 263bp를 기록했다.

시장은 오라클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입한 천문학적 자금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특히 22일부터 알파벳을 시작으로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투자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용평가사 S&P도 이달 초 AI 인프라 자본지출 증가와 재무 부담을 이유로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조정된 등급은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해 투기등급까지 한 단계만을 남겨두게 됐다.

다만 당장 오라클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신용 애널리스트 린지 타일러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자기자본 조달과 조기상환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위험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중기적으로는 사업 실행력과 AI 투자의 수익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오라클의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AI 인프라 확대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게 현금흐름과 이익으로 연결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