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 성공률 높인다” KAIST, 난자·배아 분석 원천기술 개발

- KAIST-분당차병원-영국 애비뉴 클리닉-토모큐브 공동연구
- 살아있는 난자·배아 손상없이 정량 분석 발달 가능성 예측


이정하(오른쪽) KAIST 박사가 다리아 이오아나 일리에브 영국 어베뉴 클리닉 연구원과 ESHRE 2026 기초과학상 - 포스터 발표 부문 수상 후, 상장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난임 치료를 위한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난자와 배아를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의 이정하 박사후연구원은 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생식의학 학회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 2026 연례학술대회에서 기초과학상-포스터 발표 부문을 수상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홀로토모그래피(빛의 굴절 정보를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손상 없이 3차원으로 영상화하는 기술)를 난임 치료 분야에 적용해 살아있는 난자와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3차원으로 정량 분석하고, 발달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차세대 평가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체외수정 시술에서는 어떤 난자와 배아를 선택하느냐가 임신 성공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난자와 배아는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염색이나 형광물질을 이용한 분석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평가 방식은 주로 2차원 영상과 배아연구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정성적 평가라는 한계가 있다.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기술 개발이 꾸준히 요구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토모그래피를 적용했다. 이 기술은 세포를 염색하거나 형광물질을 붙이지 않는 비표지(Label-free) 방식으로, 빛이 세포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정도를 측정해 살아있는 세포의 내부 구조를 손상 없이 3차원으로 영상화한다. 또한 세포 내부 물질의 밀도와 성분에 따라 달라지는 굴절률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세포의 미세한 구조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다.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의 구성과 이를 이용해 촬영한 4세포기 마우스 배아의 3차원 영상. [KAIST 제공]


연구팀은 홀로토모그래피를 이용해 난자와 배아의 내부 구조를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3차원으로 분석했다. 또한 마우스 모델 실험을 통해 분석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생물물리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발달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세포의 모양과 크기 등 외형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기존 형태학적 평가를 넘어, 객관적인 정량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난자·배아 평가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물리학과,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영국 어베뉴 클리닉, 토모큐브가 참여한 산·학·병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기초 물리학에서 개발된 첨단 광학 원천기술을 난임 치료라는 임상 분야에 접목한 대표적인 융합연구 사례다.

가장 큰 응용 가능성은 체외수정 임상에서 난자와 배아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현재는 배아연구원이 2차원 현미경 영상을 보고 난자와 배아의 모양과 발달 상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충분한 임상 검증이 이뤄진다면, 홀로토모그래피로 얻은 3차원 굴절률 정보와 기존 형태 평가를 함께 활용해 난자와 배아의 상태를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용근 교수는 “현재 사람 세포를 이용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난자·배아 평가 기술로 발전시켜 난임 치료 성공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