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서 한국 가고파”…중앙아시아 홀린 ‘K-의료관광’

현지서 한국 의료진 기술·시스템 호평
카자흐스탄 방한객 23%, 의료 관광
평균 의료소비 608만원…외인 최다

우즈벡 43%·키르기스 20%이상 성장
까다로운 입국절차, 성장 걸림돌 지적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료관광 트래블마트에서 현지 업체 관계자들이 한국 병원 측과 상담하고 있다. 김명상 기자

“실명할 거라고 진단받았던 중앙아시아 국가 환자가 한국 병원을 찾아 정밀 수술을 받고 시력을 다시 회복한 사례가 다수 있어요. 공공 의료 대기 시간이 길고 전문의나 정교한 수술 장비가 부족한 나라의 환자들에게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박종민 한길안과병원 국제진료팀장)

10~13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2026 중앙아시아 신흥시장 한국의료관광 로드쇼’에선 의료 서비스와 연계한 맞춤형 방한 상품 개발 및 전략적 판촉 활동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국내 대학병원과 분야별 전문 의료기관 등 총 17개 사가 참여해 한국의 의료 인프라를 홍보하고 현지 바이어들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K-의료관광…중앙아시아 시장 향한다=현재 한국의 의료관광 시장은 역대 최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전년 대비 71.9% 증가한 20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액 기준 22조8000억원, 총지출액은 12조5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의료관광은 일반 관광 대비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4 신용카드 이용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카드 소비액은 약 399만원으로 일반 관광객 보다 약 2배 높았다.

이 중 순수 의료 업종 지출은 153만원이며, 나머지 금액은 백화점, 식당, 면세점, 호텔 등 연관 산업에서 소비됐다. 의료관광이 단순 치료를 넘어 연관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고부가가치 관광 형태임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의료계와 한국관광공사는 성장세가 높은 중앙아시아 신흥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카자흐스탄의 경우 2025년 현재 의료관광객은 총 1만5188명. 이는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에 온 전체 방한객의 23.4%를 차지한다. 카자흐스탄 관광객 4명 중 1명은 병원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셈이다.

이들은 씀씀이도 크다. 이들의 평균 의료 소비액은 약 608만원으로, 방한 외국인 환자들 중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이에 따라 다른 주변 국가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방한 의료관광객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4766명을 기록했다. 이웃인 키르기스스탄 역시 지난해 1209명이 방문하며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키르기스스탄의 아이잔 리 루나트래블 대표는 “환자들은 보통 일주일 일정으로 방한해 첫날 검진을 받고 경복궁·남산 등을 관광한 뒤, 3일째에 결과 상담과 쇼핑을 거쳐 귀국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라면서“최근 건강검진과 성형수술,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비용이 없는 경우 돈을 모아서라도 한국에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환자들은 미용 시술 수요가 많지만 암, 뇌혈관 질환, 척추·관절, 망막 수술 등 중증 치료를 목적으로 방한하는 비율도 높다. 국가 주도의 정기 검진 제도가 부족한 현지 특성상 중증으로 악화된 이후 한국을 찾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주형진 비티메디 대표는 “중국, 일본, 동남아 환자들은 성형과 피부과 방문이 주를 이루는 반면, 중앙아시아는 종합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환자 비율이 높다”며 “최근 터키가 경쟁국으로 부상했지만, 뛰어난 의료 기술과 빠른 회복 속도에도 가격은 비슷한 한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K-의료 경쟁력, 합리적 비용·고효율 시스템=사실 한국의료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이들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은 별개의 문제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의료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래객을 위해 일반 소비자나 해외 현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의 의료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시장 성숙도를 고려해 타깃 국가별로 접근 방식을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최하연 고려대구로병원 진료협력파트장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국가 주도의 정기 검진 제도가 없어 현지에서 단순 위장 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한국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이미 말기 암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반면 한국은 종합검진부터 정밀 수술, 처방까지 짧은 기간 내에 완료하는 논스톱 시스템을 구축해 치료 생존율 면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의료관광 업계는 중앙아시아 국가를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눈여겨 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인 방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용 부문에서는 단발성 수술을 넘어 정기적인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피부과 시술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유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팀장은 “중앙아시아는 최근 차관급 고위공무원이 치료받았을 만큼 VIP 고객이 대부분”이라면서 “가족 등 단체로 오는 환자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민속촌, 에버랜드, 서울 등 원하는 관광지로의 이동을 돕고 워터파크 이용권, 아울렛 및 면세점 할인 등 다양한 연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국 절차, 직항 항공편 마련 등이 관건=K-의료관광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국 절차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는 비자 심사에만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돼, 현지 응급 중증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현지의 한 의료관광 유치업체는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 국민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비자 발급이 오래 걸려서 환자의 신속한 이송이 어렵다”며 “한국 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자 거절이나 비용 문제 발생 시 차선책으로 터키나 독일 등으로 환자를 송출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도권 쏠림 현상 완화와 지역 균형 성장을 위해 지방 거점 공항의 항공 노선 다변화도 시급하다. 특히 부산은 유망한 관광 목적지임에도 항공편 부족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인천공항을 거쳐 지방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직항 노선 증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백미화 부산광역시 관광마이스산업과 주무관은 “해외에서 부산의 인지도가 서울에 비해 낮아 홍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항공편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며 “잠정 중단된 부산-타슈켄트 등의 직항 노선이 재개된다면 중앙아시아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의료관광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관광공사는 여러 유치 저해 요인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중앙아시아 현지 시장의 수요를 견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관계사들과 협력해 맞춤형 의료 상품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비슈케크·타슈켄트=김명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