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코스닥 부양책 무용지물

‘낙수효과’ 사라지고 ‘빨대효과’만 남아
일 거래대금 6조 → 4조원대로 감소
삼전닉스 편중 투자 지형 극복해야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임세준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살리기 위해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시장을 떠받칠 자금은 유입되지 않고 있다. 코스닥은 21일 장중 730선 초반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 수준도 밑돌았다. 시장 전체 신용거래는 크게 늘어난 반면 코스닥 신용잔고와 거래대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수급 이탈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코스피가 오르면 자금이 코스닥으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코스닥 활성화를 일으켰다면, 최근엔 모든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로 집중되는 ‘빨대효과’가 코스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형 반도체 중심의 ‘K-자형 증시’와 투자 심리가 코스닥엔 한층 가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내더라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한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7분 현재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3포인트(2.09%) 내린 734.01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 한때 731.82까지 밀렸다.

지수뿐 아니라 시장 유동성도 함께 악화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거래대금은 정부 출범 당시인 2025년 6월4일 6조7751억원에서 지난 16일 4조7205억원으로 30.33% 감소했다. 신용거래도 코스닥만 위축됐다. 같은 기간 시장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5144억원에서 33조3624억원으로 80.20% 증가했지만 코스닥 신용잔고는 7조7219억원에서 7조1090억원으로 7.94%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을 떠받칠 매수세가 부족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4월 말 고점 이후 석 달도 되지 않아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수준까지 밀렸다”며 “신용잔고와 거래대금이 함께 감소한 것은 코스닥을 받아줄 매수세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혁신기업은 쉽게 상장시키고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시장 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스닥벤처펀드 세제지원 확대와 연기금 투자 유인 강화 등을 통해 기관 중심의 장기 자금 유입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AI·우주·에너지 등 국가 핵심기술 분야에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하고, 거래소 상장심사 과정에 분야별 기술자문역 제도를 신설했다. 반면 기술특례기업이 상장 당시 평가받은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변경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상장 문턱은 낮추고 퇴출 기준은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올해 2월에는 상장폐지 개혁 방안도 추가로 발표했다.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기존 4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높인 데 이어 이달부터 200억원, 내년부터 300억원으로 조기 상향하기로 했다.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새로 포함하고, 공시위반과 완전자본잠식 기준도 강화했다.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부여하는 최대 개선기간도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거래소는 이 같은 개편으로 연간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기존 50개 안팎에서 약 150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통해 코스닥의 기업 선별 체계와 장기자금 유입 방안을 구체화했다.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등으로 구분하고 세그먼트 간 승강제를 운영하는 한편,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 최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대표지수와 연계 ETF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우량기업은 별도로 선별해 기관투자자의 투자 기준을 제공하고, 상장폐지 우려나 거래 위험이 큰 기업은 관리군으로 격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장기자금 유입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올해 1월 기금운용평가지침을 개정해 연기금의 국내 주식 기준수익률을 기존 ‘코스피 100%’에서 ‘코스피 95%+코스닥 5%’로 변경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올해 30조원 이상 집행하고, 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통해 2028년까지 20조원 이상의 신규 모험자본도 공급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코스닥 수급 구조를 연기금과 정책자금 등 장기자금 중심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코스피가 오르면 일부 자금이 코스닥으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로만 자금이 몰리는 ‘빨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 하는 성장 기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코스닥으로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활성화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정부의 각종 정책 효과가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송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