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태 ‘사과하면 끝’ 안돼…“복귀보다 중요한 건 반성과 사회의 책임” [세상&]

대한체육회, 배재고 출전정지 6개월→1개월 감경
전문가 “사과가 면죄부 돼선 안 돼…책임 돌아봐야”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로 논란을 빚어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배재고 야구부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 재심에서 징계가 1개월로 감경되면서 다시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 선수들에게 반성과 회복의 기회를 준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사건이 ‘사과하면 끝’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제19차 위원회를 열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정위가 배재고 야구부에 내린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1개월로 감경했다. 공정위는 선수들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한 점과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 측이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배재고는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봉황대기는 배재고가 올해 사실상 마지막으로 출전할 수 있는 전국대회다. 3학년 선수들의 대학 진학과 프로 진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무대다.

전문가들은 재심 결정 자체는 규정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남긴 사회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처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도 규정에 따른 것이고, 피해 학교가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감경한 것도 규정에 따른 결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사건이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하면 해결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은 중대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학교 교육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학생들은 학교에 오기 전부터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과 혐오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가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을 먼저 파악하고 바로잡는 ‘탈학습(Unlearning)’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탈학습’은 학습을 통해 습득한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정보를 기억에서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학습은 제대로 된 지식과 관점 그리고 태도를 다시 학습하는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학생만의 문제?…어른들 책임도 돌아봐야”


선처 촉구하는 5·18 단체9일 오전 전남광주특별시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앞에서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와 5·18 기념재단이 배재고 학생들의 선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배재고의 선처를 호소했던 5·18기념재단 역시 학생들에게 반성과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과 별개로 사건의 책임을 학생들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재대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배재고 학생들의 잘못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 과정을 거치며 교육적으로 회복할 기회를 갖게 된 점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 선수들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특히 “논란의 발단이 된 마케팅을 진행한 기업도 이번 사태에 대해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만 먼저 징계 대상이 됐지만 경기장에서 이를 제지하지 못한 지도자와 대회 운영진 등 어른들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교육적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회 일각에서 계속되는 5·18 왜곡과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국가와 교육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일고와 경기에서 상대 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전정지와 청룡기 잔여 경기 몰수패 징계를 내렸다. 이후 배재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했고 광주일고 측이 선처를 요청하면서 배재고는 지난 8일 재심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