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늦추는 ‘조합원 지위양도제한’...목동·잠실주공5 등 서울 128곳 해당

재건축 조합설립·재개발 관리처분후 승계차단
목동 등 주요단지 포함, 잠실주공5도 재적용
이주비없는 조합원 못 팔아…“오도가도 못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제가 지목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자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공동매수인에게 17억7000만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배경에도 이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공동 소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 아파트는 지난 14일 29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16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소유권은 김모·조모씨 공동명의로 이전됐다.

이 대통령 부부는 공동매수인을 상대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도 설정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양지마을이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앞둔 만큼, 매수자의 조합원 지위 승계를 위해 우선 소유권을 넘긴 뒤 미지급 잔금을 담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고시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면 매수자는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상당수 정비사업장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묶여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정비사업장은 총 128곳(재건축 79곳· 재개발 49곳)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대상에는 ‘목동신시가지’ 대다수 단지와 ‘여의도한양아파트’, ‘반포미도1차’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이 대거 포함돼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취득한 사람의 조합원 지위 승계가 제한된다. 해당 시점 이후 부동산을 매수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증여 등 권리 변동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질병 치료나 근무·생업상 이전, 상속주택 처분, 1가구 1주택자의 장기 보유·거주, 사업 장기 지연 등 법령상 예외사유를 충족하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또한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거나, 사업시행인가 후 3년 안에 착공하지 못한 경우 일정 기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에게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로는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예정)이 대표적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2013년 9월 11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3년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됐다. 그러나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6년 9월 12일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17년 9월 17일까지 약 1년간 양도 제한이 풀렸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는 다시 지위 양도가 제한됐지만 3년 내 착공하지 못하면서 예외 요건이 충족돼 2020년 9월 이후 약 3년 6개월 동안 양도가 가능했다. 이후 2024년 3월 29일 착공에 들어가면서 다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됐다. 사업 진행 단계와 지연 여부에 따라 규제가 적용됐다가 풀리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한 사례다. 이 단지는 2013년 12월 29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2016년 말부터 약 10년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달 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양도 제한이 다시 적용됐다. 앞으로는 법정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매매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과 사업 장기화로 조합원 분담금이 불어나도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자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사업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공사비 증액이나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에 반대하면서 조합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노후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조합원도 사실상 퇴로가 막힌다. 거래가 제한되면 사업 부담을 감당할 의사와 자금 여력이 있는 새 소유자의 유입도 어려워진다.

특히 사업성이 악화한 정비구역에서 기존 조합원이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면 분담금 연체와 이주 지연, 총회 의결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장기 보유자와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재산 처분까지 막아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호 서울시정비사업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비사업 지연은 상당 부분 이주 단계에서 발생한다”며 “이주비 마련이 어려우면 주택을 팔고 나가야 하지만 일정 단계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매각조차 할 수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윤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