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가능 대출받아 집 산 게 투기냐”…부동산 정책 성토 봇물

의견수렴 ‘부동산토론회.kr’에 2800여건 쇄도
“잔금대출 막혀 계약금 날릴 판” 잇단 호소
재건축 규제 완화·재초환 폐지 ‘공급 확대’ 요구
비거주 1주택자 모두 투기성 보유 간주 말아야
“장기보유1주택자 공제확대로 세부담 낮춰야”


정부가 오는 23일 진행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엔 대출규제 완화, 1주택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규제 강화 반대 등의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정책 대전환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어서 정부가 이를 얼마나 수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도심내 주거지역의 모습. [헤럴드 DB]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정부가 운영 중인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에 금융·공급·세제 전반에 걸친 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1주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21일 정부의 부동산정책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접수된 정책 제안은 2861건이다. 분야별로는 주택금융(1254건) 관련 의견이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930건), 부동산 세제(677건)가 뒤를 이었다.

정부가 지난주 주택공급·주택금융·부동산 세제 공개토론회를 잇달아 열어 정책 쟁점을 공개한 데 이어 국민 의견수렴에 나서자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은 의견이 접수된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

특히 은행권의 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 접수 중단으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계약금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연이 잇따랐다. “살려달라”, “계약금을 날릴까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발 원래 계획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와 함께 기존 계약자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도 다수로 확인됐다.

최모씨는 “1주택 실거주 이사인데도 대출을 받기 위해 오픈런과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10월 잔금을 앞두고 있는데 하반기 이사 예정자들은 왜 더 불리한 조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집단대출(중도금·잔금대출) 규제 완화와 현재 1억원까지만 가능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의 정상화, 윤석열 정부 시절 시행됐다 폐지된 나눔형 모기지론을 부활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비아파트를 과감히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거나 “강동구 등 적극적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개발이 시작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세제 분야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방안을 놓고 의견이 집중됐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세제 분야에 접수된 의견 677건 가운데 ‘1주택’ 관련 의견은 103건에 달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를 모두 투기성 보유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부모 봉양을 위해 시부모 집 인근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박모씨는 “직장, 자녀 학교 등의 문제로 일시적으로 타지역에서 전·월세 임차로 거주하거나 부모 봉양 문제로 부모님 댁 근처에서 임차로 거주하는 등 투기가 아닌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투기적인 취지의 비거주자와 현실적인 사유의 비거주자를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 이동이나 학업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 1주택자에게까지 세제상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직 후 왕복 4시간을 통근하고 있다고 밝힌 이모씨는 “수만가지의 거주 이전 사유가 있을 때마다 기존 집을 매도해 새 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하도록 강제하고 그렇지 않으면 보유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제외 등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초고가 주택이라도 실거주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구분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배우자와 함께 실거주 목적으로 19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했다고 밝힌 이모씨는 “15년간 성실히 일해서 모은 돈과 상환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을 받아 꿈꾸는 지역의 주택을 매수했다”면서 “이것이 투기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초고가 주택은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장기보유·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공제를 확대해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부동산 세제는 장기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고 투기 억제를 위한 과세는 다주택 보유나 단기 매매 등 실제 투기 가능성이 높은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영경·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