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반도체 경쟁력 발목…낡은 규제 112건 개선돼야”

경총, 국조실·산업부에 개선과제 건의
기업투자·기술개발 위축…제도 정비 시급
저작물 침해 등 고품질 데이터 활용 난관
유턴기업 선정·대기업집단 지정 개편 요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인공지능(AI)과 로봇,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낡은 규제 112건을 발굴, 정부에 개선을 건의했다. 특히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한국만 저작권 규제가 불명확해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21일 미래산업(29건), 기업경영(24건), 환경·안전(26건), 노동(6건), 현장애로(27건) 등 5대 분야 총 112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과제로는 AI 학습용 데이터 저작물 이용 규제 개선이 꼽혔다. 경총은 AI 모델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학습하는 과정에서 모든 저작물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용 허락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규정이 모호해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저작권 침해 시 형사처벌 위험까지 있어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 면책 규정을 마련한 일본과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달리 연구개발용 AI 학습에 원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는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사용할 수 있어 사람의 표정이나 음성 등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한 AI 고도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 산업에서는 생산·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저압(0bar) 상태의 수소차에 대한 별도 충전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소충전소 안전유리 적용 기준을 실제 위험도에 맞게 합리화하고, 이동형 수소충전소 배치 기준 특례 마련, 신규 충전소 안전성능 평가(Hy-PAS) 중복 검사 개선 등도 함께 건의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력 제도 개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경총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정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과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 인증 및 거래제도를 마련하고,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보다 유연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업경영 분야에서는 국내 복귀기업(유턴기업) 선정 요건 완화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하고 국내 유휴 공장에 투자하려 해도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동일인(총수)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과된다는 지적이다.

노동 분야에서는 장기 저성과자 해고 기준과 절차를 법제화하고, 2000년 기준 직업분류를 토대로 운영되는 근로자 파견 허용 업무도 산업 구조 변화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노후 산업단지 유휴부지에 물류기업 입주를 허용하고, 물류센터에서 폐스티로폼을 분쇄·압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장 규제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AI·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며 “핵심 AI 인프라 적기 구축을 위한 신속한 규제 합리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 AI와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 허용·후 규제’ 원칙 아래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