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 바닷길도 막히나

‘親이란’ 후티, 사우디 해상봉쇄 선언
이란, 중동해협 ‘더블 초크포인트’ 압박
봉쇄땐 에너지 공급망 심각한 타격
중재국 ‘열흘휴전’ 제안속 단행 변수


예멘의 친(親)이란 대리세력 후티 반군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행까지 전선을 확장하며 ‘더블 초크포인트(두 길목)’ 압박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는 이날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범죄 국가인 사우디 적들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다”며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사리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사우디의 후티 측 항만 및 공항 봉쇄와 지난주 사나 공항 타격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봉쇄에는 봉쇄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모한 사우디 적들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어리석은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포괄적이고 단호한 확전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번 해상 봉쇄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차단해 사우디 원유 수출에 타격을 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해상마저 막히면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핵심 해상 교역로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3%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사우디의 홍해 수출항인 얀부항의 원유 수출길도 막혀 사우디 원유 수출 대부분이 차단되고, 전 세계 석유 공급량도 약 7% 감소하게 된다.

사우디는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지자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항까지 보낸 뒤 홍해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을 늘려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이란과 후티 간 공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남부 군사시설을 집중 타격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하려 하자, 이란 측이 우회 수출로까지 압박하는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후티 반군의 이날 발표는 미국과 이란이 조심스럽게 외교 채널을 재가동하려는 상황 속에서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는 10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 제한 해제를 골자로 한 중재안을 미국과 이란에 제안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최근 중재국으로부터 10일간의 휴전을 포함한 긴장 완화 제안을 받았다고 확인하며, 외교적 접촉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또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이 자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바가이 대변인은 모에니 장관의 파키스탄 방문이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란이 국제 수로를 통제하겠다고 고집하는 한 우리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외교적 해결책에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6월 중순 체결된 예비 평화합의가 이달 초 무산된 만큼 양측이 새로운 휴전안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