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진격…경계심 커지는 금융권

내달 도입안 발표, 국민연금 참여 ‘변수’
김성주 “수수료 3분의 1·수익률 3배”
금융권 “규제·운용 여건 달라 비교 무리”
공공기관 한정 검토, 영향력 확대 우려도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참여를 둘러싸고 금융권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3배 수익률, 3분의 1 수수료’를 참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운용 구조와 규제가 다른 두 제도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은 이달 말까지 제도 설계를 마치고 내달 초 도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을 완료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가입자별로 흩어진 적립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하는 제도다. 노사정은 확정기여(DC)형에 우선 도입하고 민간 금융기관의 기금설립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최대 쟁점인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참여 여부는 노사정 협의체에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온라인 설명회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민간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존 대비 3분의 1 정도의 수수료에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18.8%로 퇴직연금 평균(6.47%)의 약 3배였고, 비용 부담률은 0.089%로 퇴직연금(0.336%)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연금은 민간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으로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제도의 운용 조건이 달라 수익률을 같은 잣대로 비교히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계약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위험자산 투자 한도 70% 등 규제를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운용 제약이 적고 국가가 지급보장을 받는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사업자별 적립금 비례로 가중평균하면 지난해 DC형 실적배당상품 수익률은 19.8%로 국민연금(18.8%)을 웃돈다. 수익률 차이를 운용 능력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우는 것 역시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저비용은 국고로 구축한 운용 기반과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민간 금융회사와 출발 조건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참여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기관은 전체 사업장의 0.2%에 불과하지만 임직원은 약 40만명으로 퇴직연금 가입 대상 근로자의 3.1%에 달한다. 평균 근속연수는 13.6년, 평균 급여는 7400만원으로 업계는 적립금 규모가 전체 시장의 약 7.5%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공공기관에만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면 민간기업 근로자와의 형평성문제가 불거지고 향후 일반 기업으로 참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역할 분담도 흘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노후소득은 국가가 기본을 책임지는 국민연금(1층), 기업이 재원을 대고 민간 금융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2층),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는 사적연금(3층)으로 층위가 나뉜다.

1층을 맡아온 국민연금이 2층까지 직접 운용하는 것은 층별로 역할을 나눠 온 구조를 바꾸는 일인 만큼, 이미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 참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