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시동 거는 인뱅…지방금융 활성화 이끌까

지방銀-인뱅 공동대출 내년 본격 가동
대면심사 일부 허용 기업금융 청신호
인뱅만의 혁신적 신용평가 안착 ‘관건’


내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 기업대출’이 도입된다. 인터넷은행에 제한됐던 기업대출 대면 심사도 일부 허용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련되고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기업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 앱으로 고객을 모집한 뒤 두 은행이 심사와 자금 공급을 나눠 맡는 구조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채널 운영과 자동 심사를, 지방은행은 대표자 면담과 현장 실사 등 정성 심사를 담당한다. 대출 자금은 두 은행이 절반씩 분담한다.

고객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앱에서 대출 신청부터 원리금 납부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주 은행이 위험을 나눠 지방은행 단독으로 대출이 어려웠던 고객까지 수용할 여지도 커진다.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터넷은행의 자금이 더해지면서 금리 인하도 기대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제6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겸 지역금융 간담회’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한다”며 “내년 중 지방은행-인터넷은행 공동대출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동대출 금리를 지방은행 단독 상품보다 최소 0.3%포인트 이상 낮춘다는 방침이다.

앞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선보인 공동 가계대출은 단독 대출보다 평균 2.1~2.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기업대출에서도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공동 기업대출을 선보이는 곳은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이다. 지난 4월 업무협약을 맺은 두 은행은 전산 개발과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중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상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협업은 지방은행의 오랜 기업대출 노하우를 인터넷은행에 이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BNK부산은행은 올해 1분기 말 총 여신 62조원 중 35조원이 중소기업 대출이다. 실제로 전체 여신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6%로 하나은행(45%), 신한은행(44%), 국민은행(40%), 우리은행·전북은행(37%)보다 높다. 국세청 사업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부산시의 개인사업자는 약 60만 명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상품은 부산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에서 운영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만큼 서비스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은행의 대면 업무가 일부 허용된 점도 기업금융 확대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비대면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해 법령상 열거된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 후 대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지방은행과의 협력을 넘어 자체적인 기업금융 심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대출은 재무제표상의 검토뿐만 아니라 기술금융 측면의 실사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인터넷은행에는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해 지방은행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