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온도가 30도를 넘어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운 16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 청계벽산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이 이 아파트단지 내 7초소로 들어섰다. 그리고 야외 작업으로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초소에 설치된 벽걸이 에어컨을 켰다. 좁은 3평 규모의 초소는 에어컨이 가동되자 이내 시원해졌다. 이 아파트에서 11년째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박용주(76) 씨는 “7년 전 입주민 회의에서 더운데 고생한다고 초소마다 벽걸이 에어컨과 냉장고를 한 대씩 놔주셨다”며 “사실 처음에는 에어컨 켜는 것이 좀 미안해 아주 더울 때만 켰는데 지금은 덥다고 느끼면 눈치 보지 않고 에어컨을 켠다”고 말했다.
박씨가 초소 에어컨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켤 수 있게 된 것은 성동구가 2021년부터 처음 도입한 공동주택 내 근무·휴게시설 냉방비 지원사업 덕분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던 성동구는 공동주택 관리원과 미화원이 여름철 냉방비 걱정 때문에 냉방시설을 마음껏 가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성동구는 매년 7~8월 두 달간 에어컨 1대당 월 최대 2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21일 성동구에 따르면 822세대가 거주하는 청계벽산아파트에는 7개 초소와 미화원 휴게실 2곳에 총 9대의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이에 이 아파트가 지원받는 냉방비는 총 36만원(2만원×2개월×9대)이다.
이 아파트에서 3년째 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허정원(60) 씨는 “제가 밖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데 입주민께서 ‘그렇게 일하다 큰일난다’고 말씀해 주신 후 주민 회의를 거쳐 6월 미화원 휴게실에도 에어컨이 설치됐다”며 “그전에는 선풍기만 있었는데 그걸로는 이렇게 더운 날엔 소용이 없다. 에어컨이 설치된 뒤 휴식 시간에 시원하게 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리원과 미화원의 전기료는 입주민의 수선충당금에 포함돼 부과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관리원이나 미화원 입장에서는 입주자 눈치가 보여 마음 편하게 냉방시설을 가동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성동구는 2021년부터 공동주택 관리원·미화원이 사용하는 근무·휴게시설 냉방비 지원사업을 시행한 이후 매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133개 공동주택에 총 2378만원의 냉방비를 지원했다. 올해는 2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약 650대의 에어컨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