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문서’까지 찢었다…미·이란 협상 다시 원점, 전면전 우려

카타르 ‘휴전·호르무즈 개방’ 제안…이란외무 파키스탄행
양측 ‘못 믿겠다’ 반목…기존합의 파기돼 협상 다시 원점
후티 가세로 추가악재…중재노력에도 현재로선 협상 글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 타니(오른쪽) 카타르 총리와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4자 협상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긴장 완화에 나섰다. 다만 양측이 기존 휴전 합의를 사실상 폐기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에 10일간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제한 해제를 포함한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란도 중재국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중재국들이 확전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란 외무장관은 카타르와 함께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란이 중재국들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 환경은 지난달보다 훨씬 악화됐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를 사실상 폐기한 상태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핵심 조항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이란은 해당 합의에 따라 자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허가 없이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만 해안을 따라 우회 항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군사 충돌이 확대됐다.

이후 양측은 서로 상대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합의를 무효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MOU는 이란의 협상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란은 불합격했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미국은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조차 믿을 수 없다며 합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군사적 긴장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 공습과 해상 봉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은 중동 내 미국 동맹국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F-16과 F-35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고, 불가리아에는 공중급유기 최대 8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까지 전선에 가세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사나 국제공항을 공습하자 후티는 사우디 본토를 공격하고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홍해까지 위협받으면서 에너지 공급망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협상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영국 버밍엄대의 우메르 카림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중재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가 됐다”며 “이란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 협상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