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생리대’ 자동지급기 설치·운영 첫날
구청 등 전국 공공시설에…누구나 이용 가능
전국 12개 지역에 9월까지 400대 설치 예정
실시간 재고 체크, 생리대 중고 판매는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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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3시께 은평구민 김민정(30) 씨가 서울 은평구청 내 공공생리대 자동지급기에서 생리대 한 팩을 받아 가고 있다. 김서현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김서현 수습기자] “이거 진짜 그냥 가져가도 돼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 설치된 ‘모두의 생리대’ 자동지급기 앞에 선 은평구 주민 김민정(30)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받기’ 버튼을 누르자 생리대 두 장이 담긴 팩 하나가 수령함으로 떨어졌다. 별도의 신원 확인이나 인증 절차는 없었다.
정부가 나이와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생리대 지급 시범사업을 확대한다. 앞서 설치한 수동형 지급기 300대에 이어 이날부터 자동형 지급기 운영을 시작했다. 오는 9월까지 주민센터, 도서관, 청소년시설 등 전국 12개 시범사업 지역 공공시설에 자동형 지급기 400대를 설치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은평구청에 설치된 자동지급기는 대형 냉장고 한 대만 한 크기였다. 기계 전면에는 스크린과 음성안내 버튼, 받기 버튼, 스피커, QR코드 인식기가 배치돼 있었다.
받기 버튼을 누르자 수령함에선 ‘공공생리대’와 ‘모두의 생리대’ 문구가 적힌 포장 제품이 나왔다.
한 팩을 받은 뒤 10초가 지나 다시 버튼을 누르자 “30초간 이용이 불가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생리대를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령 간격을 30초로 제한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서울 광진·은평구 ▷경기 광명·수원시 ▷충남 서천군 ▷대전 중구 ▷전북 정읍시 ▷전남 목포시 ▷광주 북구 ▷경북 구미시 ▷경남 거창군 ▷제주 제주시다.
김씨는 “급할 때 편의점에서 2개 들이 생리대를 자주 샀는데 살 때마다 4000원 정도라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지급기를) 써보니 편리하다. 생활 반경 안에 지급기가 더 많이 생기면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수동형 지급기를 운영해 보니 시민들이 ‘정말 그냥 가져가도 되는지’ 몰라 오히려 이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까지 오남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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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평구 녹번동주민센터에 설치된 공공생리대 수동형 지급기. 은평구는 지난 6일부터 수동형 지급기 23대를 공공기관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김서현 수습기자 |
공공생리대로 지급되는 제품은 모두 기존 시중에 판매 중인 생리대를 기반으로 제작됐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맞춰 무색·무향 제품으로 구성됐다.
자동지급기에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고 음성 안내와 점자 기능도 갖춰 시각장애인의 접근성도 고려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오는 10월 지급기 위치와 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웹페이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오남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경우 QR코드를 활용해 연령대와 지역 등을 확인한 뒤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공공생리대의 재판매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중고거래 플랫폼과 협의해 공공생리대를 거래 금지 품목으로 등록했다.
공공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생리대 지급기가 있단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가 오후 2~4시까지 지켜봤는데 지급기를 이용해 생리대를 받아간 시민은 1명이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소진 물량과 이용 패턴을 점검해 사업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며 “웹페이지가 구축되면 홍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 필요한 사람이 화장실에서 휴지를 이용하듯 부담 없이 가져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