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입구 하루 740만배럴 통과…세계 원유 생산량 7% 규모
‘호르무즈 우회로’ 홍해마저 막히면 에너지 시장 타격 불가피
보험·운송 비용도 상승 예상…차단 실행 여부 등 불확실성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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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 9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유조선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우회로’로 여겨온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6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은 하루 평균 740만배럴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에 달했다.
이 해협을 통하는 물동량은 지난해만 해도 하루 420만배럴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이란 전쟁 이후 사실상 폐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활용해 홍해 연안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출을 크게 늘렸고, 이에 따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도 급격히 커졌다.
실제 얀부항을 통한 에너지 수출은 하루 평균 400만배럴로 1년 전 97만3000배럴에서 4배 이상 증가했다.
얀부항을 거쳐 홍해로 우회하는 수출길은 미·이란 전쟁 기간 중동산 에너지 공급의 생명줄 역할을 하며 국제유가 급등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을 출발한 원유와 석유제품의 주요 수입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노암 레이든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에 나설 경우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든 연구원은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항로를 우회해야 한다며 “이는 운송 비용에 더 큰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봉쇄 영향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막힌 아시아 주요국이 대체 에너지 공급선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한 바 있다.
에너지 공급 타격 외 홍해를 통한 해상 운송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보험업계 소식통을 인용, 후티 반군이 대(對)사우디 해상 봉쇄를 선언한 이후 홍해를 통한 상품 운송의 보험료가 이미 상승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홍해 통항 선박의 전쟁위험 프리미엄은 지난 17일 약 0.3% 수준에서 후티 반군의 봉쇄 발표 이후 약 0.75%로 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상대로 어떻게 해상 봉쇄를 실행할지, 이번 선언이 홍해 운항 선박에 대한 공격 재개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날 원유 시장은 중동정세 불안이 다시 고조되자 상승세를 이어갔다.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9.22달러로 전장보다 1.27% 상승했다. 다만 이란 측이 막후에서는 미국과 외교적 접촉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유가는 장중 고점에서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