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까지 번진 美·이란 전선…후티 “사우디 해상봉쇄” 선언

호르무즈 우회로 바브엘만데브 해협 겨냥…원유 공급망 추가 충격 우려
트럼프 “미군 1명 죽이면 몇 배 대가”…대이란 공습 9일째 지속
휴전·중재안도 물밑 추진…“전면전은 양측 모두 부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등이 표기된 관련 지도. 뉴시스 제공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홍해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범죄 국가인 사우디 적들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후티가 겨냥한 곳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3%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역로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서부 얀부항까지 보낸 뒤 홍해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실제로 봉쇄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이 최대 7%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이란과 후티 간 공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남부 군사시설을 집중 타격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하려 하자, 이란 측이 우회 수출로까지 압박하는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후티가 실제로 선박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국이나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군사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전선이 홍해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미군 사망·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이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미군 병사 1명을 죽일 때마다 그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미군의 대이란 공습은 이날까지 9일째 이어졌으며, 중동으로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하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최근 담수화 시설과 교량 등 민간 기반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며 충돌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직 주요 에너지 시설은 직접 타격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이미 갈등이 기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면전으로 치닫기에는 미국과 이란 모두 부담이 큰 만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중재국들이 미국과 10일간 휴전하는 방안을 이란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란이 파키스탄에 중재 역할을 다시 요청했다는 파키스탄 소식통의 전언도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카타르 등 중재국들로부터 여러 제안을 전달받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양측 모두 확전의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향후 중재국을 통한 휴전 협상이 이번 사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