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에서 우버까지…국민 배달앱 ‘배민’ 15년 역사 살펴보니

글로벌 자본 격돌하는 배달의민족 M&A 역사
獨 DH 체제 후 사상 첫 매출 5조원 기록했으나
외형 성장 이면에 경쟁 과열·사법 리스크 얽혀


우버 택시(왼쪽)와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우버택시·우아한형제들 제공]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일명 ‘B급 감성’이 가득한 광고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으며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사례를 이끌어온 ‘배달의민족’(배민). 최근 글로벌 최대 모빌리티·배달 플랫폼 우버(Uber)가 배민의 새 주인이 되면서 그간의 파란만장한 인수·합병(M&A) 역사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배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배달의민족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원매자들에게 알렸다. 이는 우버와 DH가 합병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우버는 DH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당 41.5유로(약 7만원)의 현금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단지 수집에서 시작된 1위 배달 플랫폼의 탄생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사옥 전경.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의 시작은 201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자이너 출신 김봉진 창업자가 전국 음식점 전단지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방식에서 사업이 출발했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국내 외식 산업을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3월에는 법인 ‘우아한형제들’이 설립됐다. 이후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인 본엔젤스파트너스의 3억원 시드 투자를 신호탄으로 배민은 연이어 국내외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2년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초기 자금 총 20억6000만원을 확보한 배민은 2014년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 2016년 힐하우스캐피탈로부터 570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의 전략적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시장에서 성장성과 미래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였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인프라 확장에 나선 배민은 순식간에 기업가치 3조원을 달성하며 국내 핵심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앱 서비스 개시 이후 줄곧 국내 배달앱 업계 1위를 유지해왔다.

4.7조 몸값에 獨 DH 품으로…배민 잔혹사의 시작


조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20년 12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의민족-요기요 배달앱 사용자 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배민의 전환점은 2019년 12월에 찾아왔다. 글로벌 배달앱 기업인 독일의 DH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DH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국내 2위 사업자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걸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DH는 2021년 요기요를 GS리테일·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약 8000억원에 매각하고 배민을 품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맞이하며 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배민은 지난 2020년에 연매출 1조원, 202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료배달 경쟁 심화, 라이더 비용 부담,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배민을 바짝 추격하는 등 시장의 경쟁 강도는 극도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국환 대표 등 한국인 경영진이 중도 하차하고 독일계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 특유의 색깔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주인 또 바뀐 배민, 이젠 글로벌 ‘우버’ 손자회사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여기에 모기업 DH의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6월 DH는 유럽 내 경쟁사 ‘글로보’(Glovo)와 담합한 혐의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3억2900만유로(약 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진 DH는 올해 들어 우아한형제들 매각을 추진했고, 메이투안과 알리바바 등이 원매자로 거론되며 본입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매각 절차는 전격 중단됐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DH는 이날 원매자들에게 배민 매각 절차 중단을 통보했다. 같은 날 우버가 DH를 125억유로(약 21조원)에 인수하기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가치 약 148억달러(약 22조원)를 반영한 수준이다. 거래는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로써 우버는 이번 우아한형제들을 손자회사로 두게 되며 단숨에 한국 시장의 배달앱 1위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한국의 배민을 비롯해 중동의 탈라바트와 헝거스테이션, 중남미의 페디도스야, 유럽·아프리카의 글로보 등 DH가 점유하고 있던 50개 시장의 사업이 모두 포함된다.

우버 측은 인수 발표 직후 기존 배민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우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라며 “배민이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과 가치를 깊이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