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남겨줄 먹거리 없다”…미국에 397조 쏟아부은 TSMC의 선전포고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회담한 후, TSMC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규모를 2650억달러(약 397조5000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애리조나 투자 규모에 1000억달러(약 150조원)를 추가하는 것이다. 웬델 황(黃仁昭)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고객들의 강한 수요에 대응하고 인텔 등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황 CFO는 20일 블룸버그·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의 강한 수요, 다년간의 구조적 수요를 계속 보고 있다”며 “우리는 고객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구에게도 먹을 것을 남겨둘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수요 전망이 탄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황 CFO는 미국 애리조나에 대한 투자 규모가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6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번에 추가되는 1000억달러 투자가 공장 4곳 신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구상이 실현되면 애리조나에서 최종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장 10곳과 패키징 시설 2곳, 연구개발(R&D)센터 1곳이 갖춰지게 된다.

애리조나 단지 내 1호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다. 대만 내 주력 공장과 동등한 수율을 낼 정도로 가동이 원활하다. 2호 공장은 곧 장비 반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3호 공장은 건설이 진행 중이며, 4호 공장과 첫 첨단 패키징 시설은 아직 사전 작업 상태다.

황 CFO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운데 1단계인 4나노 공정은 이미 가동되고 있고, 2나노 공정이 다음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나노는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2분기 첫 매출을 낸 데 이어 3분기부터는 이 공정이 새로운 매출 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은 대만보다 4∼5배 높다. 그러나 TSMC는 해외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 이익률이 희석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새로 투자 규모를 늘린 1000억달러에 대해 “전공정(웨이퍼 파운드리)과 후공정(첨단 패키징) 공장 모두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는 반도체 생산 기반을 미국 내로 유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훔쳐갔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자급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쯤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의 50%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의 반도체 생산공장(팹)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할 정도다.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를 두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중국 GF증권은 실적발표 후 “TSMC의 설비투자 가속이 AI 사이클 본격화 후 1년6개월∼2년이 지난 2025년에야 시작된 점은 점유율 상실이나 수요의 경쟁사 이전을 시사한다”며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TSMC의 대만 상장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지난 17일 7.3% 하락했다

황 CFO는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최신 기술은 대만에서 먼저 양산할 것이라는 TSMC의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차세대 반도체는 R&D 조직과 공장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만에서 이뤄진 이후 공정이 충분히 안정됐다고 판단할 때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SMC는 ‘미국 편중’ 지적을 염두에 둔 듯, 대만에도 향후 5년간 공장 25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