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으로 검사 긴급보완수사요구·수사의뢰권 제시
![]() |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 안에 ‘국민중심 책임수사’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청이 장윤기 사건을 두고 “경찰관의 개인의 비위로 보완수사 필요성과는 무관하다”고 국회에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장윤기를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포착해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오히려 경찰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자평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16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장윤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없이 경찰 수사와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도 규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경찰이 장윤기를 강간 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두고는 ‘구속 기간 내 송치를 하다보니 시간에 쫓겼다’며 ‘살인 혐의로 우선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있었다면 장윤기의 성폭력 시도에 대해서도 추가 송치가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법사위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장윤기 사건에 대해 “현재 수사·감찰 중인 사안이나 설령 (장윤기) 부친에게 증거인멸 혐의가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비위”라며 “보완수사 필요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팀의 케이블타이 미압수 등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해 자체 수사·감찰에 착수했음으로 오히려 경찰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찰청은 경찰이 장윤기 자택·차량에서 놓친 핵심 단서들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초 압수수색시 미발견한 점 등은 미흡했으나 보완수사 요구로 재수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혐의는 생략한 채 송치한 것을 두고는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장윤기 추가 조사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장윤기 아버지이자 지역 경찰 간부인 장모 경감이 범행 증거를 은폐한 정황도 검찰 보완수사에서 확인됐다는 점에 대해 경찰청은 “장윤기가 아버지와 평소 자주 연락하지 않아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으나 보완수사 요구로 부친 주거지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청은 보완수사 제도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경찰청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의 처리가 지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긴급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은 “사안의 특성에 맞게 검사가 기한을 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검사가 초단기로 기한을 설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은 해당 기간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경찰청은 “검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 관련 규정을 신설해 명확히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검찰 간 직통 메신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소통 채널을 다양화해 양 기관 간 협의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경찰청은 “장윤기가 공판 과정에서 강간살인 혐의를 시인했고,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만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유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이 장윤기의 자택에서 핵심 증거인 훼손된 리얼돌(성인용품)을 발견하고도 이를 압수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장윤기의 차량을 수색하고도 케이블 타이와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증거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또 경찰이 성인용품에서 채취한 DNA 분석결과서 등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사 기록도 빠뜨린 채 검찰에 사건을 넘긴 정황도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 아버지인 장 경감에게 수사 정보가 흘러가고 범행 차량이 반환된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에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장윤기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이 범행을 축소하고 증거 인멸에 가담했는 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장윤기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경찰 내부의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겠다”며 지난 16일 대국민 사과했다. 윤 장관은 “장윤기 사건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고 당시 수사팀의 고의적인 짬짜미, 봐주기 수사 정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며 “비리 경찰 그 누구도 경찰 내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