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 국방부 장관·국방위원장 사퇴 요구

“통합은 자가당착…정체성 붕괴·교육 하향평준화 우려”
“총사업비 없는 졸속 행정…초연결 가상캠퍼스 대안”


지난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사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 등이 개최한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와 학부모들이 정부의 통합 사관학교 추진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국방부 장관과 국회 국방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육군·공군사관학교 학부모 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기존의 육·해·공사를 폐교하고 자운대에서 통합 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는 정부의 기본계획을 발표한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방송을 통해 ‘육사를 쪼개버리지’라고 말한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가 제시한 통합 배경에 대해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병력 감소 시대일수록 정예 장교 비중을 높여야 하며, 합동성은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임관 이후 교육과 인사 운영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운대 이전 계획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총동창회는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닌 각 군 정체성을 형성하는 ‘신분화 교육기관’”이라며 “화랑대를 떠난 육사, 바다를 떠난 해사, 활주로를 떠난 공사는 존재 의미 자체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3군을 하나의 공간에 집적할 경우 정체성 붕괴와 교육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과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대규모 부대 이전이 수반되는 ‘도미노식 재배치’임에도 총사업비조차 제시되지 않았다”며 “세부 계획 없이 창설 방침부터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백지수표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육 체계 변화에 대해서도 “민간 교수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관학교의 일반대학화를 초래해 정예 장교 양성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각 군 동창회와 학부모 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육사 총동창회장은 “육사는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닌 국가안보의 상징이자 국민의 자산”이라며 “정부는 독선과 졸속 추진을 멈추고 군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해사 총동창회 역시 “누구를 위한 통합이고 무엇을 위한 폐교인가”라며 “졸속 통합계획을 즉각 멈추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총동창회는 “물리적인 건물을 짓고 이전하는데 막대한 세금을 쓰는 대신 그 재원으로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초연결 가상 캠퍼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부모 단체들도 “생도들의 명예와 자부심이 훼손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장교 양성체계를 흔드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불안과 혼란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8월 해당 사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육사 총동창회는 공청회 패널 구성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달라는 공식 요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는 행정절차법 제38조에 따른 공정한 공청회 운영 원칙을 근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