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여수·인천 시민단체, “항만공사 통합 중단”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전국으로 확산
“항만공사 통합은 국가균형발전전략 정면 배치”
“글로벌 항만 경쟁력 원천은 자율성과 전문성”


부산·울산·경남·여수광양·인천 5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0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부산을 넘어 울산·여수광양·인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 이후 한달만에 5개 지역 시민사회가 국회에서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여수광양·인천 5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곽규택(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허종식(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안권욱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와 김주만 울산항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편 및 통합을 추진하며 4개 항만공사 통합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내건 ‘5극 3특’, 즉 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권역 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항만은 지역의 핵심 성장거점”이라며 “부산은 글로벌 해양물류 중심도시, 인천은 수도권 국제물류 관문도시, 울산은 에너지 특화 항만도시, 여수·광양은 국가 기간산업과 연계된 산업항만도시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전국 항만공사를 통합 운영하는 것은 지역의 자율성을 축소하고 특성화 발전전략을 획일화한다는 것이다.

이어 로테르담·함부르크·LA·롱비치·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항만들은 통합이 아닌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글로벌 항만 경쟁력은 중앙집권적 통합이 아니라 지역의 자율성과 전문성, 신속한 의사결정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역할이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은 국가 해양전략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우려하며 “통합추진이 중단될 때까지 5개 지역이 공동대응해 나가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5개 지역 시민단체들은 ▷4개 항만공사의 자율성·독립성·전문성 확대 ▷항만별 특성에 맞는 조직·인력 운영과 투자권한 확대 ▷해외물류 네트워크, 북극항로 대응, 디지털·탄소중립 항만 조성 등 공동대응이 필요한 분야의 ‘전국 항만공사 협의체’ 구성 ▷주식회사형 공기업 도입 등 자율·전문경영 체계 강화 및 지방정부·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항만 거버넌스 등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앞서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 부산 6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항만공사 통합논의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당시 박재율 공동대표는 “부산항·울산항·광양항·인천항이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는데도 통합해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하면 지역 의견 반영이 어려워지고 수도권 중심 의사결정 구조만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편 태스크포스는 지난 4월 4개 항만공사를 합쳐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하는 통합안을 마련했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 통합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해양수산부의 하반기 청와대 업무보고 안건에서도 4대 항만공사 통합 관련 내용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