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현 일왕 ‘36촌’도 왕위 계승 후보인데
“첫 여성 총리가 여성 왕위 계승 배척”
아사히 53%·마이니치 41% 역대 최저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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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왕위를 승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 지지율이 여성의 왕위 승계 가능성을 배제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으로 역대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아사히신문이 황실전범 개정안이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을 통과한 지난 17일 직후인 18~19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53%로 나왔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60%였으나, 한달 새 7%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정권이 출범한 이후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50%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이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한달 전 조사에서는 51%의 지지율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10%포인트나 떨어진 41%였다. 마이니치는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비(非)지지율이 44%로 나와, 지지율보다 비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이 집권 이후 처음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다카이치 내각의 황실전범 개정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풀이된다. 아사히는 황실전범 개정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한 응답자의 내각 지지율이 42%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의 내각 비지지율은 49%로, 전체 응답자에서 나온 비지지율 35%보다 훨씬 높았다. 황실전범 개정이 내각 지지율 하락의 큰 요인이 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여당이 왕족 수 확보를 목표로 황실전범을 개정했지만, 유권자 이해를 얻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의회에서 이번에 황실전범을 개정하면서 남성의 경우 36촌까지도 왕위 계승 후보군으로 인정하면서 여성의 왕위 계승은 배제하기로 한 것이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현 나루히토 일왕은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를 두고 있고, 일본은 황실전범 규정상 남성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 교도통신의 지난 5월 여론조사 결과 여성의 왕위 계승에 찬성하는 의견이 83.0%가 나올 정도로 많았으나, 개정 황실전범은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왕실 양자로 들인 뒤 양자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대상이 되는 후보군은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전의 조상을 공유하는 36∼38촌 관계의 먼 친척이다.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 낮은데다, 국민 여론과 달리 여성의 왕위 계승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왕족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황실전범을 개정한다고 하면서도, 결혼한 여성 왕족과 그 가족들에게 왕족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을 그대로 둔 것도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일본 첫 여성 총리라는 다카이치 총리가 남계 남성 왕위 계승을 고집하는 보수 정치권 목소리에 동조하는 것에 더욱 반감이 거세다는게 언론의 분석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 추진 방법에 대해 ‘정중하지 않다’는 응답이 46%로 ‘정중하다’(38%)보다 8%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하원) 선거 압승 이후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매서운 의견이 나왔다. 고물가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 대응책의 긍정적 평가는 29%에 그쳤다. 부정적 평가는 이의 2배에 가까운 57%가 나왔다.

